[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의 사업계획 변경 신청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MBN에 이어 다른 종편사들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계획서에 대한 변경 승인 신청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 각계에서 '어불성설'이라는 날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MBN은 지난 9일 사업계획서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종편 사업자가 예상보다 과다하게 선정됐고 광고시장이 부진하니 콘텐츠 투자 금액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MBN은 재방송 비율 등 편성에 대한 기준도 낮춰 잡았다.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다른 종편사들도 줄줄이 사업계획서 변경 신청을 준비 중이다.
종편들이 사업계획서 내용을 바꾸려는 것은 당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던 탓이다.
지난 7월 방통위가 승인조건 이행 실적을 점검한 결과 종편·보도채널 5개사가 제시한 콘텐츠 투자액은 7285억원이었지만 실제 집행된 투자금은 3453억원으로 47.4%에 불과했다.
채널 A와 JTBC가 각각 54%와 51%를 집행해 겨우 반을 채웠고 뉴스Y가 48%, MBN 43%, TV조선은 38%에 그쳤다.
재방송 비율은 평균 50%를 웃돌았고 편성비율에서도 30~50%가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MBN은 전체의 51.5%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22.7%의 2배를 넘겼다.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사업자도 있었다. TV조선은 공정보도특별위원회나 선거방송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뉴스Y는 편성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이에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승인조건의 조속한 이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종편사들은 이번 시정명령 조치를 계기로 사업계획서를 변경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종편들의 사업계획서 변경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시정명령 또한 변경된 사업계획 내용으로 그 대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재승인을 앞둔 시점에서 사업계획서를 변경해달라는 것은 또다른 특혜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이 가장 큰 위기를 맞은것은 지난해 상반기로, 그때 외주제작사와의 문제가 발생하고 대작 드라마가 조기 종영됐다"며 "왜 그 당시가 아니라 지금 사업계획서를 변경하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팀장은 "만약 종편사들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재승인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인 사업계획서 이행 실적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며 "과대포장된 사업계획서를 변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재승인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결국 편의를 봐달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종편 사업자들의 승인심사 검증을 주도한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추혜선 사무총장은 "방통위가 사업계획서 변경 신청을 승인하면 이번 시정명령은 요식행위에 그치게 된다"며 "재승인 심사를 직전에 두고 수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종편에 또다시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방통위의 직무유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 사무총장은 "(종편의 사업계획서 변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방통위가 이를 승인했을 경우 행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민주당)은 "사업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서 변경을 신청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종편을 탄생시킨 방통위와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며 "또 다시 여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해체명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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