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 새로운 활로를 마련한 국내 기업들이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유럽연합(EU)의 쿼터제 시행으로 수출길이 좁아진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화큐셀과 LS산전 등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특히 중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출혈 경쟁도 불사할 태세여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태양광 시장을 무너뜨린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일본에서마저 이어질 경우 또 다른 치킨게임이 일 수도 있다.
30일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모듈 가격은 와트당 0.7달러로 집계됐다. 모듈 가격은 지난달 14일 0.6달러대 후반에서 0.7달러로 반등, 0.71달러까지 오르는 등 반전의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가격 반등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다. 이달 들어 가격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 0.7달러 선을 턱걸이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약세는 역설적이게도 일본 시장의 성장세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데 반해 가격은 수급 상황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계 태양광 모듈 업체들이 일본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태양광 시장 내에서 중국 기업은 무시 못할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일본 태양광 시장에서 교세라와 샤프, 파나소닉 등 현지 기업들을 제외한 해외 기업들의 점유율이 36%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일 기업 가운데서는 우리나라의 한화큐셀이 10.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중국 잉리그린에너지(6.7%), 트리나솔라(3.1%)의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세도 만만치 않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모듈을 조달받는 도시바(6.3%)까지 더하면 중국산 모듈의 비중은 16.1%에 달한다. 사실상 중국 기업들이 가격 주도권을 쥐면서 시장의 정상적 흐름도 깨졌다.
또 일본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급증하는 태양광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중국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태양광 모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간 꺼리던 중국 업체를 통한 OEM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외 지역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국 기업들은 당장 눈앞의 가격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관점에서 도시바 등 현지 기업에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공급하는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거래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이 일본을 통해 실적 회복을 기대하는 국내 기업에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지 모듈 시장의 가격 체계는 일본 기업, 일본 업체들이 품질을 보증하는 OEM, 한국산, 중국산 제품 순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중국산 OEM 제품 가격이 한국산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애써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이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트렌드일 뿐"이라면서 "현지에선 전력 설비를 들일 때 신뢰성을 중요시 여기는 데다, 안전과 품질을 깐깐히 체크하기 때문에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난 뒤에도 중국산 모듈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중국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서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교세라를 비롯한 일본 현지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시키고 있어, 해외산 모듈 가격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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