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지난 8월에 진행된 법인세 중간예납을 통해 상당수 법인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세수(稅收) 증대 압박을 받았으며, 세무조사가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예정보다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밝혀졌다.
7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재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8월 법인세 중간예납 기간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도록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법인세는 12월말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다음해 4월1일에 납부하지만 `중간예납`이라는 제도를 통해 6개월치 세금을 중간정산의 형태로 매년 8월말에 납부한다.(올해는 8월31일이 공휴일이라 9월2일까지 납부했다.)
중간예납은 전년도에 납부했던 법인세액의 절반을 납부하는 방법과 실제 해당 사업연도 6개월치를 중간정산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국세청이 둘 중에 많은 금액의 세금을 내도록 대외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재계 한 재무담당자는 "작년 실적으로 신고하든 올해 가결산으로 신고하든 어쨌든 작년보다는 더 내는 쪽으로 예납하도록 요청이 있었다"면서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각 사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올해가 작년보다는 명목수익이 늘었기 때문에 가결산으로 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세수압박은 적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국세청 소관 세수실적은 전년 동기대비로 7조9000억원이 부족했지만,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가 포함된 8월말 기준으로는 5조9000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수진도비도 7월 기준으로는 58.3%로 전년동기보다 6.2%포인트가 부족했으나 8월 기준으로는 65.1%로 전년동기보다 5.4%포인트 부족한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에 낼 세금을 올해 조금 더 내는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조금만 힘을 발휘하면 중간예납 세수는 일정부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올해는 특히 세수입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세수 독려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중간예납은 조세수입의 조기확보와 납세자의 세금부담 분산, 조세회피의 사전 차단 등의 역할을 한다.
올해의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입의 조기 확보차원에서 최대한 활용한 셈이 됐지만, 납세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조세부담을 분산시키는 선택권이 반강제적으로 박탈당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유가 좀 있는 기업은 어차피 낼 돈이니까 조금 더 내자는 것이 될 수 있지만, 상황이 어려운 기업은 당장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미리 더내는 부담 때문에 금리적인 손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올해 중간예납을 통해 세수입을 일정부분 조절한 것이 내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내년에 낼 법인세 일부를 조금 당겨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세수입 수치를 맞추기 위해 세금을 당겨 받으면 내년에 받을 세금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세 중간예납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에 달려 있다"며 "각 사별로 상황에 따라 납부하는 것이지 국세청이 압박해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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