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일제강점 당시 일본으로 강제 연행돼 강제노동을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종광)는 1일 양 모 할머니(82)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양씨 등 직접 피해자들에게 각 1억5000만원을, 유족들에게는 각 8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구 미쓰비시는 원고들이 강제연행되었음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에게 노동행위를 강제한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에 적극 동참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한반도를 불법적으로 지배하던 상황에서 구 미쓰비시는 만 13, 14세의 미성년자에 불과한 원고 등을 나고야로 강제 연행한 다음 열악한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게 하면서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동남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고 등에 대해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고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행위는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방기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런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 등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그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피고가 청구권협정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일본 판결 등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미쓰비시측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등의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 남용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할머니 등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44년 5월 일본 헌병과 일본인 교장 등으로부터 "일본으로 가면 상급학교에 진학시켜줄 뿐만 아니라 돈도 충분히 벌게 해주겠지만 지원하지 않으면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고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됐다.
양 할머니 등은 강제노동 당시는 물론 해방 이후 귀국해 50년 넘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5월24일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배상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그해 10월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