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속에서도 그룹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펠로’(Fellow)를 선정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복수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펠로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땅한 대상자가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심지어 매년 관례적으로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원래 취지를 상실했다는 자성도 뒤따랐다.
2002년 펠로 제도가 신설된 이후 선정자가 없었던 적은 지난 2009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삼성의 초대 펠로인 유인경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오늘날 삼성을 일군 배경으로 이건희 회장의 ‘인재’ 중시 풍토를 꼽았다. 기술도 곧 사람에게서 나오는 만큼 인재, 나아가 인사에 있어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이는 또 다시 이 회장의 경영방침으로 자리 잡는다. 유인경 부사장은 “기술을 얘기하는 회사는 많지만 이 회장은 기술을 만드는 인재를 함께 봤다”며 “펠로 제도는 그 상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런 토양 속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그룹 방침이 전해지면서 내심 기대했던 삼성전자의 실망감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만큼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 무선사업부의 기대감이 컸다는 전언이다. 또 오랜 치킨게임 끝에 화려한 부활을 이룬 반도체사업부도 기대를 접어야 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자로 보면 무선사업부에 대한, 그룹 전체로 보면 전자에 대한 편중성이 여전히 심하다”며 “이에 대한 질책인 동시에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기술에 대한 갈증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장을 뒤집을 만한 대상을 제대로 선정해 당초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위치로 자리매김한 만큼 펠로 선정에 있어서도 여러 환경적 요인과 기술의 가능성을 더 꼼꼼히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설명도 이어졌다. 문턱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삼성의 인재와 기술 중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열쇠로 작동하고 있다. 성공의 비밀은 기본에 있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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