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전세계 가입자수 3억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표현했습니다.
“비좁은 한국시장을 두고 싸우기보다는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쉽지 않더라. 정말 고생도 많이 했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이 찾아오더라. 정말 꿈만 같고, 진짜 꿈이라서 자고 나면 깨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이 의장의 도전정신을 찬양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쪽도 존재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카카오와 다음(마이피플)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 둘은 일찌감치 메시징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해외진출에는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는 데 네이버는 성공했고, 카카오와 다음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다는 추정입니다. 즉 네이버는 대기업이고 돈이 많기 때문에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카카오와 다음은 몸집이 작아 그럴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네이버는 라인 마케팅 비용에만 1000억원 이상을 책정했으니까요. 만약 인건비나 기타비용을 합산하면 더욱 많을 것입니다. 분명 카카오와 다음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또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서비스를 만들 때부터 해외사업을 진행하는 데 체계적인 청사진을 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카카오의 경우 트래픽이 이렇게까지 늘어날 줄 모르고 효과적으로 서버를 최적화하는 데 실패했으며, 다음은 전화번호 대신 로그인 방식의 운영을 고수하는 패착을 뒀습니다. 국외 이용자로서는 카카오톡과 다음 마이피플을 손쉽게 이용하기 힘들었죠.
그리고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해외사업 공포증’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 어두웠던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미국 검색업체인 라이코스를 샀지만 이를 처분하기까지 엄청난 비용을 낭비해야 했고, SK컴즈 또한 싸이월드의 세계화를 두 차례에 걸쳐 추진했으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래서 이들로서는 “일단 국내시장부터”라는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네이버 또한 좋은 과거가 있었을까. 그것은 아닙니다. 일본 검색업체 라이브도어를 수천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난 5년간 매우 과감한 행보를 펼쳤지만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네이버가 대단한 것은 그간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노하우로 승화시켜 결국 라인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 의장은 “내가 아는 성공은 한 천재의 아이디어로 이뤄지는 게 아니며, 수많은 실패 끝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막 세계로 뻗어가는 카카오와 다음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조금 늦었어도, 혹은 힘든 순간이 온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해봅니다.
◇ 라인 가입자 증가 추이 (사진제공=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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