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새누리당이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하고 특검 수세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양승조•장하나 의원 사퇴 요구라는 강경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국정조사 초반 민주당 ‘귀태’ 발언을 공격해 주도권을 가져온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귀태’ 발언 때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9일 새누리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양승조, 장하나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양승조 의원의 발언을 국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불행했던 가족사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 저주성 발언, 또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선동적인 발언을 한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견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또 부정선거 결과에 불복한다며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주장한 장하나 의원에 대해서 최 원내대표는 “헌정중단을,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의원직 제명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이 두 의원을 처벌하고 김한길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의사일정 불참’ 등 극단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 처벌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의원들ⓒNews1
이에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필요 이상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두 민주당 의원이 잘못했다. 손해보는 것은 민주당”이라고 전제한 후 “문제는 윤리위 제소감도 안되는 일을 새누리당이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장하나 의원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리수로 보일 수 있는 강경 대응을 새누리당이 취한 것은 부정 대선 여론을 차단하고 야권 특검 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새누리당은 정의구현사제단 미사에도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정권 정당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여론 흐름으로 가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현재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강경한 대응은 수세 국면에서 공세 국면으로 즉각적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단기간 국면 주도하고 끌고 가는 효과가 있고 지지층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 홍익표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물)’로 비유하자 새누리당은 홍익표 의원 사퇴를 요구하며 국회일정 불참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로부터 ‘유감’ 표명과 홍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를 끌어냈다.
또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직접적으로 포기한 발언이 나오지 않아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사과 요구를 부정 선거 논란 물타기로 규정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볼모 삼아 또 다시 정쟁을 획책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둔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충심을 다해 충고한 양승조 최고위원의 발언까지도, 그 진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불복 프레임을 덮어씌워 정쟁을 유발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특위 마저도 변질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 모든 일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은 즉각적인 특검 수용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길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초선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실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대선 불복이라는 덫을 놓고 책임회피와 물타기로 일관해왔다”며 특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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