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점진적인 자산매입 축소) 단행 여파로 환율이 8원 가량 급등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원 가량 치솟으면서 일시적으로 변동성 확대됐으나 시장이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060.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1원 가량 급등한 1062.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 매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키로 했다.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것은 2008년 11월 양적완화를 실시한지 5년만이다.
지난 5월23일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의회연설에서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4.7원 급등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압력이 지속되겠지만 급격한 변동성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고 테이퍼링에 대비해 매도를 미뤄온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테이퍼링이 시작되면서 주춤했던 상승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대기 매물 부담으로 인해 일차적으로는 1065원선에서 막힐 가능성이 높다”며 “금일 환율 상승폭도 여타 통화 대비 결코 과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최종석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달러 공급우위가 지속돼 온데다 테이퍼링 규모가 100억달러에 그쳤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기는 힘들다”며 “환율 상승에 대비해 달러 매도를 늦춰온 수출업체들이 서서히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테이퍼링 돌입에 따른 엔화 약세는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4엔대를 돌파하면서 지난 2008년 10월6일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8.63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달러 강세로 원화가 일부 약세를 보이더라도 엔화 약세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엔·원 재정 환율이 1000원 부근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다만 엔·원 환율이 너무 빠지면 외환당국 뿐만 아니라 시장플레이어들에게도 부담이라 1000원선에는 지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미국 테이퍼링 축소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비상점검체제에 돌입했다.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위기 단계별로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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