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유사보도 실태조사결과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프로그램에 유사보도 낙인을 찍은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방통위의 대응도 불길을 키우고 있다. 애초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강행한 데다 결과가 나온 후에도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말 방통위는 "허가를 받지 않은 종교방송, 교통방송, 증권방송 등이 보도를 하고 있다"며 유사보도 프로그램 목록을 발표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취임 직후 "유사보도는 불법 방송"이라며 "규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통위가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유사보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다 정부 비판적인 매체가 대거 포함되면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31일 "정권이 언론에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다"며 "누가 법외 정권, 유사 정권 아니랄까봐 해괴망측한 별의별짓을 다하는 모양새"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을 문제 삼았다"고 지적하며 "박근혜 정권이 취임 1주년도 되기 전에 정당성을 의심받고 휘청거리니 내년 지방선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라고 일갈했다.
한국PD연합회도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노골적으로 방송 길들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PD연합회는 "방통위가 법과 현실의 불일치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에 언론의 비판적인 기능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며 "사회 곳곳에서 언론의 제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언론종사자에게 덕담대신 재갈을 물린다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방통위에 폭력에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장이 커지자 방통위는 진화에 나섰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제도를 개선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3일 "유사보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제재하려고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제도와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우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 것이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 유사보도 명단을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사진=조아름기자)
방통위는 일단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의견 수렴을 거쳐 가인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경재 위원장은 이와 관련 "전두환 정권에서 방송을 통폐합하면서 종교방송 등은 그대로 뒀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고쳐지지 않아 유사보도 범주에 들어가 있다"며 "이런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지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무언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경재 위원장이 그 동안 '정치를 다루는 방송'에 대한 규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었고 실태조사결과 자료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는 표현이 포함돼 결국 재갈물리기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추가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유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부터 언론의 비판기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법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 역시 유사보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제재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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