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유럽연합(EU)의 단일은행정리체제(SRM)가 오히려 '파멸의 올가미(doom loop)'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멸의 올가미는 은행들이 보유하는 국가부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국가 부도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EU는 이러한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유로존 내 부실은행들을 처리하는 SRM을 도입했지만, 부실은행들의 자금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이에 유로존 국가들의 자금 유출은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1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27명은 SRM이 은행과 국가 사이의 파멸의 올가미를 깰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티안 토트만 데카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로 유로존 국가들이 위험을 공유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시스템에 예상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결국 국가들이 개입해야 하고, 나아가 유로안정화기구(ESM)의 긴급자금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그간 유로존의 금융시스템 부패를 막기 위해 수천억유로를 지불해왔고, 높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유로존 내 은행들이 향후 10년간 내야 하는 해결 자금은 550억유로(760억달러)에 달한다.
SRM의 가장 큰 목적은 부실은행의 위기가 국가부도로 이어지는 올가미를 끊어내는 것이지만, 은행의 구조조정 절차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스테판 루이스 모뉴먼트 시큐리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국가들이 은행 재자본화에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짐으로써 부실은행들의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SRM 도입에 있어 이를 반대하는 국가들의 편의를 무리하게 맞춰주려는 노력때문에 정책의 현실성이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SRM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독일은 해결 자금 조성에 대해서 선순위 채권단에 대한 분명한 세이프가드를 요구하고, 해결 자금이 유럽기금이나 납세자에 앞서 비용부담에 나서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또 해결 자금이 법적 구조를 갖도록 변경해야 하며, 국가별 자금 투입 정도에 따라 의결권 비중도 달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 시장·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독일을 설득하기 위해) 원래의 제안을 변경해야 해 유감스럽다"며 "협의의 격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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