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까지 증시에 낙관론을 피력하던 증권사들이 비관론으로 급선회하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이 `비관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동유럽 금융위기 여파에 외국인들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다시 격랑이 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국내 대기업의 차별적인 경쟁력,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진행,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행진 등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줄줄이 내놓았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미국 정부의 2차 금융구제안과 신용 스프레드 하락, 저금리 현상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이달 안에 최고 1,250~1,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바로 외국인의 순매수였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9거래일 동안 총 1조5천억원 이상 이뤄진 외국인의 순매수는 국내 증시의 수급 개선에 큰 역할을 했고, 시장에 대한 증권사들의 시각마저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여기에다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진행으로 D램 가격이 올해 들어 반등세를 보인 점과,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이 구조조정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동부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상관관계가 18%까지 낮아져 최근 미 증시의 약세가 크게 우려할 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은 이달 중순 들어 `일장춘몽'처럼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순매수 행진을 벌이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변하면서 10일부터 8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반등세를 보이던 D램 가격마저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더구나 동유럽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코스피지수도 9일부터 18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하락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증권사들도 낙관론을 접고 비관적인 전망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대신증권은 19일 내놓은 시황 전망 리포트에서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지수 1,080~1,200의 박스권이 연장되기보다는 박스권 하단을 뚫고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교보증권 변준호 애널리스트는 "작년 말 저점보다 주요국 증시가 20% 가량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40%나 올라
가격 부담이 높은 편"이라며 성급한 매수를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시황 전망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은 증권사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스권 유지를 전망하는 한양증권도 "신속함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으로 매수 타이밍을 조율하는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서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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