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의 20대 초반 남녀 5명 중 1명은 평생 미혼일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있다. 결혼 못하는 사회가 지속되면 출산율 하락은 물론 가족 붕괴에 따른 사회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넘쳐나는 결혼루저의 현주소와 전망,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1. 강모씨(30·여)가 결혼을 안 하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대학원 공부를 마쳐야 사회생활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 돈이 없다. 그는 틈틈이 일해서 모은 돈을 학업에 대부분 투자했다.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부담을 안긴다는 것은 싫다. 단칸방을 전전하며 살고 싶지 않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끝으로 결혼을 위한 결혼은 싫다는 입장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그 수단이 결혼이라면 하겠으나, 결혼이라는 행위를 하기 위해 어떤 사람을 붙잡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2. 이모 씨(46·남)가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오피스텔 임대 사업을 하고 있으며 미얀마에선 무역업을 벌이고 있다. 단지, 결혼할 여자가 없다. 그는 "소개팅은 물론 선도 많이 봤지만,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기 굉장히 어려웠고,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웨딩박람회를 찾은 한 여성이 웨딩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News1
◇성비 불균형 '심각'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미혼 남녀가 급증하고 있다. 남성의 초혼 연령은 지난 1998년 28.8세에서 지난 2012년 32.1세로, 같은 기간 여성은 26세에서 29.4세로 크게 높아졌다.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하는 이유는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 고용 불안, 주택 마련등 경제적 요인과 남녀 성비 불균형, 고부 갈등 같은 사회적 요인이 혼재해 있다.
이른바 '결혼 5적(賊)'이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은 여성들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31.7%, 여성 19.4%로 나타났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의견의 경우 여성의 44.4%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남성은 26.8%에 그쳤다.
남자는 결혼을 못하고, 여자는 안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이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과거에 비해 사회활동이 크게 늘어난데다 남성에 비해 현실적 문제에 민감한 성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림 보사연 연구원은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하는 배경을 보면 남자의 경우 결혼 비용 등 장애 요소가 더 크고 여성은 결혼을 기피하려는 요소가 더 큰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남녀 성비가 안 맞는데 짝도 안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혼집 마련은 '언감생심'
갈수록 좁아지는 일자리 문제도 결혼을 막는 큰 걸림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취업인구 중 청년기(20~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0.2%에서 2010년 15.3%로 11.1%포인트 감소했다.
나이가 들면 본인은 물론 미래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6274만원으로 전년대비 1153만원(7.6%) 올랐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33만원, 지방은 1억1896만원으로 각각 1730만원, 580만원씩 상승했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집을 얻기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들은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셋값을 보곤 경악한다"며 "이런 비용을 감당하려면 부모의 도움을 얻지 않은 이상 은행에서 대출받는 수밖에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여성이 부동산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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