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공공누리)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재계 성적표를 놓고 보면 승리자는 삼성전자 하나뿐이다. 조선, 정유, 화학, 철강, 건설 등 타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며 생존을 갈구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매 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은 각종 경제지표를 상승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그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국가경제의 의존도는 커졌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때마다 시장은 가슴 졸여야만 했다. 지난해 내내 '삼성전자 착시효과'에 대한 경고음이 들렸던 배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삼성전자는 매출액 228조4200억원, 영업이익 36조77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12년에 비해 매출액은 13.6%, 영업이익은 26.4% 증가했다. 전차군단의 다른 한 축을 이끄는 현대차 역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악전고투하며 비교적 견실한 성적표를 내놨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힘입었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대들보 역할을 수행했던 조선, 건설, 철강, 정유, 화학 등 이른바 굴뚝산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실적이 악화됐다. 재무구조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기전자,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만이 막대한 이윤을 긁어모았다. 삼성그룹 전체에서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90%(상장사 기준)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3인방(현대차·기아차·모비스)이 전체 상장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차 3인방의 영업이익은 51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상장기업 이익의 41%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과 현대차로 모든 경제력이 집중되는 기형적 구조가 박근혜 정부 들어 가속화됐다. 동반성장이 아닌 나홀로 성장인 셈.
수출 기업이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도 이젠 옛말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분기마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후공정업체 등 2, 3차 하청업체들은 반사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원청이 요구하는 원가절감에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제 살만 깎아졌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은 "재벌 대기업이 수출을 통해 축적한 부가 내수시장에 선순환 구조를 일으키던 고리는 끊긴 지 오래"라며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경제민주화 기조를 경제활성화로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건 삼성전자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청와대, 각 그룹 홈페이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고 시장 지표를 보면 이같은 내수 경기 침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양대 그룹을 제외한 현재의 코스피지수는 140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우량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이익이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국내 증시의 저평가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그룹의 몸집은 커졌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대기업 CEO들을 불러 모아 지속적으로 '투자'를 종용하며 윽박질렀지만 기대만큼 이르진 못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올해 투자·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확대하는 곳은 3∼4곳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30대그룹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148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상반기 집행률은 41.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같은 해 8월, 30대그룹은 투자계획을 당초보다 6조원 많은 154조7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30대그룹의 지난해 투자실적(집행률)은 기업의 자료 제출 거부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목표액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등 한국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병폐를 개선키 위한 접근이 아닌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가 경제력 집중 현상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동시에 투자와 고용 등의 측면에서도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한기 국장은 "산업구조 개편, 재벌 편중성을 수정할 수 있는 시장 규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제민주화가 아닌 활성화에 나선 것은 결국 경제 성장을 재벌 대기업에 맡기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는 '30년 개발 독재',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와 일맥상통하며 중소기업 성장이 더 어려운 구조"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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