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 다녀왔습니다.
내로라하는 주요 제조업체들이 모여 기술의 향연을 벌였던 이곳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모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시장의 '귀요미' 안드로이드, 인기 만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는 MWC 2014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모바일 관계자와 언론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는 7만5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고되면서 공항에서는 미리 MWC 전시장에 들어갈 때 필요한 네임카드 등을 발급해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공항에서부터 MWC가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스코트가 공항을 활개하고 다니며 이제 막 바르셀로나 땅을 밟은 여행객들을 맞이해줬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스코트가 바르셀로나에 막 입국한 관람객들을 환영해주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은 관람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물론 역동적인 포즈를 취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스코트는 MWC 전시장인 피라 그란비아에도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마스코트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는데요.
무거운 장비 때문에 허리가 아파 잠시 멈춰서서 허리를 두드리고 있자, 안드로이드 마스코트가 다가와서 안마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맞춤형 서비스네요.
◇전시는 '파티'..맥주 드시고 가세요!
MWC 전시장은 총 9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3홀에서는 각 업체마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열기가 넘쳤습니다. 3홀에서 멀리 떨어진 8홀쪽으로 넘어가면 이곳이 같은 MWC 전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전시회 자체를 파티로 여기는 곳들이 많아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는가 하면, 맥주와 땅콩·블루베리·쿠키 등을 구비해놨습니다. 딱딱한 3홀과 차별화를 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존에서는 유독 이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는데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맥주를 권하더니 보내 줄 생각을 안하더군요.
소규모 인력이 MWC에 참여한 업체들은 자사 전시장을 비울 수가 없어서 여러 곳을 여유롭게 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계속 맥주와 와인을 권하면서 전시 동향을 묻곤 했습니다.
이들과 대화를 마치고 나올 때 쯤이 오후 2시였는데, 하늘이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MWC에서 낮술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中업체들, 삼성 줄보고 '견제'
MWC에는 레노버와 화웨이·ZTE·하이센스 등 중국업체들도 상당수 참가했습니다.
특히 화웨이는 MWC 출입에 필요한 네임카드의 목걸이 협찬사로 이름을 올리며 위상을 떨쳤는데요. 따라서 전시장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색에 화웨이 이름이 박힌 목걸이를 하고 다녔습니다.
◇삼성전자 로고가 박힌 MWC 출입 목걸이(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삼성전자 행사에 참석하고 기자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목걸이를 삼성으로 바꿔야했습니다. 현지 직원들은 기자들 얼굴만 봐서 누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표식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삼성 로고가 적힌 목걸이를 하고 각 부스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한 중국업체 부스에 들어갔는데 구석에서 대화를 하고 있던 직원이 급히 달려와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대략 요약을 해보자면 "삼성에서 왜 우리 부스에 왔냐. 궁금한 게 뭐냐.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 등인데요.
중국기업들이 이처럼 삼성전자에 대해 예민하게 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전시회에서 보일만한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입증 1000달러에 파세요"
MWC 전후로는 바르셀로나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인터넷 환경이 좋은 호텔도 빨리 예약이 끝난다고 합니다. 그 만큼 MWC를 많이 찾는다는 방증이겠죠.
MWC에 출입하기 위해 필요한 네임카드가 마치 야구장의 암표처럼 거래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뒷거래의 타깃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행사 둘째날인 25일(현지시간).
촬영을 하기 위해 전시장 밖으로 나와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시아계 여성이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그 여자분은 "언제 떠나냐. 전시회 나흘 다 보는 거 아니고 미리 떠나는 거면 네임카드 1000달러에 넘겨라"고 속삭였습니다. 1000달러이면 대략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지요.
◇MWC가 열리는 피라 그란비아 입구(사진=뉴스토마토)
궁금증도 일었습니다. MWC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여권과 네임카드의 이름이 같은지, 그리고 얼굴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나서 네임카드를 돌려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를 기계에 찍고 들어갑니다.
보안이 이처럼 철저한데 네임카드를 산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답은 단순했습니다. "여권을 위조하면 되잖아. 유럽사람들 눈에는 아시아인들 얼굴이 비슷해 보여서 큰 문제 안돼."
그렇습니다. 아무리 보안이 강화되더라도 헛점을 노리는 사람들 어디에든 있기 마련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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