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김민성기자] 연이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금융사고 발생할 경우 엄중히 문책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뚜렷한 대책없이 은행의 책임만 강조하는 수준에 그쳐 '보여주기식' 회의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 발생한 대형금융사고에 금감원 직원까지 연루된 상황인데 관리감독 책임은 뒷전이고, 은행권만 압박하니 "약발이 먹히겠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직원 횡령과 비리, 정보 유출 사고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자 이날 오전 10개 은행의 수장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최수현(사진) 금감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며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기만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최 원장의 강도 높은 경고가 금융권에 제대로 약발이 먹힐지 미지수다.
이번 긴급 간담회에 대해 금융권은 지난 1월 개인정보유출사고 이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CEO를 소집해 '재발할 경우 각 회사 CEO들은 물러날 각오를 해야한다'는 경고에 대한 '재확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시중 은행장을 한 자리에 부른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매년 은행장 간담회를 가진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이번 간담회는 조영제 부원장 주재로 이뤄졌으며, 최 원장은 회의에 앞서 진행된 모두발언 이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장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과거 사례로 보면 부원장이 주재해도 금감원장은 회의에 함께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15일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재로 은행장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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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장의 모두발언에 이어 진행된 비공개 회의는 각 은행별로 현재 금융사고에 대한 상황, 대책 등을 보고한 후 조영제 부원장이 내부통제 강화 등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걸린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뚜렷한 대책 없이 '보여주기식' 회의 아니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워낙 금융권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며 "회의장 분위기가 무거웠다. 다만 예상보다 회의시간은 짧았다"고 전했다.
잇달아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관리감독 당국인 금감원은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항상 안 좋은 일이 발생할 때 여론을 의식해 CEO를 소집하지 않냐"며 "금융사고를 묵혀둔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불러 모은다고 약발이 먹히겠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에 이어 최근 대출 사기 사건에 직원이 연루되면서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금융사고에 대한 수사 발표때마다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며 "금융권에 있어 감독권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직업윤리, 도덕성이 중요함에도 오히려 사건 사고에 연루돼 있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책임을 떠넘기기 전에 먼저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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