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래사회에서는 전력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지구 온난화에 대비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우리 전력시장은 이런 변화에도 고개만 갸우뚱한 모습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우리나라를 찾은 마리아 반 더 호벤(Maria van der Hoeven) IEA 사무총장이 2050년경에는 인류의 에너지절감 노력에 따라 전력수요가 지금보다 80%~130%까지 늘 것이라는 내용의 '에너지기술전망'을 발표했다.
마리아 반 더 호벤 사무총장은 "전력수요가 늘고 전기를 많이 쓰면 탄소 배출량이 많아져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이라며 "지구의 온도상승을 2℃ 이하로 낮추고 청정에너지를 보급할 다양한 에너지 기술 개발과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 때 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과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깨끗하고 안전하며 모두 이용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정책과 제도의 재검토’를 대안으로 논의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세계 에너지시장은 전력수급을 개선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분주하지만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2001년
한국전력(015760)이 독점한 발전시장을 한전 발전 자회사로 나눈 후 10여년째 별다른 변화가 없고 전력수급 불안 문제도 여전하다.
◇2001년 단행된 전력시장 구조개편 전과 후(자료=국회 입법조사처)
한전이 발전 자회사의 지분을 100% 가졌고 전력판매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경쟁이 될 리 만무하고 수급불안도 개선되지 않는 것.
환경오염도 마찬가지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2013년 7월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설비 용량(8만5636㎿) 가운데 석탄과 가스의 비중은 각각 29.4%, 26.7%로 석탄·화석연료 비중이 50%를 넘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5%에 그쳤다.
원활한 전력수급과 에너지관리시스템 마련은커녕 발전소 증설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예산 확대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지역민, 업계는 연일 갈등을 빚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에야 전력시장 거래방식을 정부승인 차액계약제도로 바꾸고 지능형 수요시장을 만드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전력시장 거래제가 워낙 민감하고 세부 규정과 시스템 마련에 시간이 많이 걸려 어떤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고압 전기를 운반하고 있는 송전탑(사진=한국전력)
미래 사회에 닥칠 전력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전력정책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대응 대 풍부한 에너지 수급'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고 한때의 전력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 수립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이용·보급 기본계획 등 온갖 에너지 계획을 세우면서도 에너지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도 드물다"며 "단순히 전력과 에너지에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산업발전 구조개편 관점에서 전력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에게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활발한 정보공개로 전력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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