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주택재개발 조합의 조합장 등 임원이 조합총회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를 선정하는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더라도 이후 조합 설립인가처분이 무효가 되었다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어 무죄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인가처분이 무효를 받았다면 처음부터 조합이 없는 것으로서 조합의 임원 역시 실체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2일 임의로 철거업체를 선정하는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모 구역주택재개발 조합장 이모씨(74)와 총무이사 박모씨(68)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위반죄는 각 규정에서 정한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주체로 규정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이란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토지 등 소유자로 구성돼 설립된 조합이 법에 따라 둔 조합장, 이사, 감사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비사업 조합이 인가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도시정비법상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 조합의 임원으로 선임된 자는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주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는 달리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무효임에도 외형상 무효인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효한 조합의 존제를 전제로 하는 어떠한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무효의 법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와는 다른 취지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위법하다”판시했다.
이씨 등은 서울 동대문구의 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임원으로 있으면서 2009년 12월 조합총회의 결의를 거쳐 선정하도록 되어있는 철거감리업체를 임의로 선정하고, 감리업체 선정 방법과 감리비 지급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거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감리업체를 임의로 선정할 당시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조합총회를 개최해 결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이씨 등에 대한 형사소송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설립인가 자체가 잘못되어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이씨 등에 대한 형사 항소심 판결 이후에 무효로 확정됐고 이를 근거로 이씨 등이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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