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우호적이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전기전자 업종에 위험 요인이 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예정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201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이 대화면 시장에 진출하며 입지를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TV는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재고 부문이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가파른 원화 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선진국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웨어러블 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초고화질(UHD) TV 등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는 점은 위안이다.
◇대화면 시장 지각변동..스마트폰 중저가 제품 확대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대화면 시장 진출과 중저가 시장 확대로 요약된다.
지난해부터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2년 66%에서 지난해 52%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4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프리미엄폰의 평균 판매단가도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이처럼 프리미엄 시장이 움츠러진 것은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보조금 규모를 축소한 데 기인한다. 아울러 선진시장의 보급율이 한계치에 근접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의 차별화 요인이 희색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더 이상 초기의 폭발적 수요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열린 '201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올 하반기에도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은 주는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9월 애플의 '아이폰6'는 4.7인치와 5.5인치 두 가지 모델로 대화면 시장에 뛰어든다.
김 연구원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구매 의향을 조사했더니 아이폰5가 33%, 아이폰5S가 26%였다"며 "이에 반해 아이폰6는 40%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모두 점유율 확대에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삼성은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현재의 점유율을 지키면서 수익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무리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얘기다.
애플의 경우 그간의 단일정책 탓에 중저가 스마마폰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게 중론이다. 야심차게 내놨던 아이폰5C 가격정책 역시 실패라는 평가다.
스마트폰 최대 수요처인 중국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중국시장은 2012년 129%, 2013년 86%의 성장을 보였으나 올해는 16%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성장률과 비슷할 것으로 김 연구원은 예측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샤오미 등 중국 토종 6사의 점유율이 44%까지 급증했다.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중저가 시장에서 일대 약진을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중국 내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애플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지 업체들은 도태할 수 있다"며 "2군들 경쟁에 있어 중국 내수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국 업체들에 비해 중국 노출도가 거의 없는
LG전자(066570)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태블릿PC의 경우 300달러 이하의 7~8인치대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의 차별화 요인이 부족한 데다 와이파이 버전이 중심이고, 통신사 보조금 혜택도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김 연구원은 "1분기에는 태블릿PC 성장률이 19%로 둔화됐다"며 "하반기에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신흥국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태블릿 시장 1위인 애플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경쟁제품 대비 높은 가격과 한정된 라인업으로 지배력이 약화된 탓이다. 이에 반해 삼성은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7~13인치까지 30여개의 라인업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TV·가전 완만한 회복 전망..글로벌 환경 '긍정적'
TV 부문은 지난 2년간 침체를 딛고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TV시장 성장률은 2012년 -6.4%에서 2013년 -3.3%였으나 올해는 0.6%로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 연구원은 "올해 신흥시장 수요가 약세를 보이겠으나 선진시장의 수요는 회복될 것"이라며 "또 스마트폰 단말기에 집중됐던 수요가 일부 TV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TV 시장의 화두는 UHD TV와 대형화로 압축된다. 최근 UHD TV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중국의 저가 수요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UHD TV는 지난해 160만대에서 올해 1230만대, 내년에는 3010만대까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왼쪽부터)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사진=각사)
화면도 커졌다. 지난해 LCD TV 평균 사이즈가 37.2인치였으나 올해는 38.3인치까지 확대됐다. 선진시장의 최대 수요 사이즈도 32인치에서 40~43인치로 늘었다. 특히 50인치 이상 LCD TV 가격이 2007~2008년 30인치대 가격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한 게 대중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TV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일본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글로벌 경쟁 환경은 완화됐다.
국내업체들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 실현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LG의 점유율은 35.8%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일본 4개사 합계는 17.3%로 최저를 기록했다.
생활가전의 경우 북미 수요가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유럽의 기지개도 주목된다. 특히 올 1분기 유럽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제품별로는 선진국 주택 경기 회복과 함께 빌트인 가전 수요가 호조를 보이고, 제습기 등 에어솔루션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LED 조명 시장은 북미 소비자 시장이 개화하며 고성장세를 지속할 정망이다. 오는 2016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세계적 화두로 부각된 가운데 각국 정부가 백열전구 퇴출 정책과 LED 조명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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