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알뜰주유소 3차대전 승기..정유업계 판도 변화(종합)
2014-06-20 16:51:09 2014-06-20 17:28:5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3차 대전에서 웃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되면서 '제5 정유사' 자리를 노리던 삼성토탈의 숙원이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삼성토탈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기존 정유사들은 내심 못마땅해하는 표정이다. 삼성토탈의 입지 강화는 가격 경쟁을 더욱 촉발시켜 수익성은 물론 내수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일 알뜰주유소 3차연도 2부 시장 입찰에서 삼성토탈이 휘발유와 경유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삼성토탈은 다음달부터 1년간 석유공사에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매월 10만배럴씩 공급하게 된다. 삼성토탈은 특히 지난해 석유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휘발유만 공급해 왔으나 올해는 공급 제품을 경유로 확대했다.
 
◇삼성토탈, 알뜰주유소 시장서 입지 굳히기
 
올해 2부 시장 입찰은 기존 정유사와 삼성토탈이 직접 맞붙으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입찰방식이 지난해 수의계약에서 올해 최저가 낙찰제로 변경되면서 일각에서는 기존 정유사들이 입찰에 참여해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을 통해 기름값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 4사가 수익 저하를 감내하고서라도 삼성토탈의 시장 진입만은 필사적으로 막지 않겠냐는 분석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삼성토탈의 입지만 강화됐다. 휘발유와 경유 공급권을 모두 따내며 제5정유사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갈수록 약화되는 정제마진과 업체 간 불붙은 시장 점유율 경쟁 등 대내외 악재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유사들이 실력 행사보다 실리를 택한 것도 이번 낙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부 시장 입찰에는 당초 정유 4사가 모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2개, 5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 가운데는 현대오일뱅크가 휘발유와 경유 입찰에 모두 참여했고, 경유 부문에는 SK에너지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경제성이나 수급 측면에서 볼 때 1부 시장 입찰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는 판단에 따라 2부 시장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내수 시장서 '신의 한 수' 될까
 
삼성토탈이 정부와 알뜰주유소를 등에 업고 사실상 '무혈 입성'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정유업계의 판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로 도입 3년째를 맞는 알뜰주유소는 지난 4월 말 기준 1047곳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기존 주유소와 비교에 덩치는 작지만,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경질유 내수시장 점유율이 2012년 1월 33.2%에서 올해 4월 28.9%로 내려 앉았고, 2위인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25%에서 24.1%로 소폭 뒷걸음질쳤다.
 
이와 반대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한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점유율이 23.1%, 18.7%로 올라서는 등 정유 4사가 20%대에서 유례없는 혈전을 펼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2부 시장의 물량이 전체 시장에서 2.5%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토탈의 시장진입 굳히기 전략과 맞물려 정부가 기름값 인하 정책에 고삐를 바짝 조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 격화로 추가적인 점유율 변동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토탈이 정유업계의 일원으로 인정 받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12월 대한석유협회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유사로 인정받기 위해 사전 작업을 벌여왔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대표들은 지난 4월 연례총회를 열었으나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 승인은 보류했다.
 
당시 석유협회 측은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사와 성격이 달라서 신규회원으로 가입했을 때 예상되는 여러 사항들을 좀 더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추후 재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 의견이다. 그러나 삼성토탈의 2부 시장 입성으로 석유협회의 반대 명분도 약화되고 있다.
 
삼성토탈은 석유제품 생산에 본격 뛰어들기 위해 충남 대산공장에 원유정제설비(CFU)를 들여오는 증설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방향족 생산 과정에 보조 설비를 갖추는 방식으로 휘발유를 생산해 왔으나 신규 설비 증설로 중간과정 없이 곧바로 석유제품 생산에 나설 수 있게 된 것.
 
삼성토탈은 하루 원유 처리 능력 15만배럴로, 현대오일뱅크(39만배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간으로는 경유 800만배럴, 휘발유는 420~430만배럴이 생산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2부 시장 입찰은 입찰 방식에 변경이 생긴 것이긴 하지만, 삼성토탈이 휘발유와 경유 시장의 일부 공급권을 따갔다는 점에서 작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정유사들이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을 막을 명분이 약화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토탈 관계자는 "여전히 협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석유제품 생산 설비도 들였고, 완제품도 생산하는 등 기존 정유사들이 반대해 왔던 조건들이 갖춰진 만큼 협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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