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근로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가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898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노후 소득 대체를 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의 지난해 실제 수익률은 3.5%로 기대 수익률 평균인 5.23%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DC제도의 취지와 달리 근로자의 참여가 낮고, 사업자와 사용자 중심의 운용과 원리금 보장상품으로의 쏠림 등이 꼽혔다.
근로자 643명 가운데 퇴직연금에 형식적으로 참여했다는 응답자가 50.7%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응답자 31.7% 보다 높았다.
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도 운용능력(9.7%)이나 자산관리능력(3.8%)보다 회사 단독 선정(33.5%)이나 대출 등 기존 거래 관계(13%),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11.8%)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운용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응답이 53.8%로 본인이 결정한다는 응답 23.5%보다 많았고, 아예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원리금 보장삼품 운용이 지속되는 비율도 20.7%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식에 따라 운용성과도 달리 나타나는데, 응답자 가운데 88.3%는 금융지식에 자신이 없는 것으로 응답했다.
◇DC제도 운영 관여도와 운용지시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가입자인 근로자 중심으로 제도를 선진화하고 장기 수익률제고를 위해 현행 운용방법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기금형제도 도입과 디폴트 옵션, 라이프사이클 펀드 등 선진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역시 지난해 실현 수익률이 3.08%로 기대 수익률인 3.87%와 조사 대상 255개 사업장의 평균 임금상승률인 3.6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으로는 투자위원회 등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부재와 회사 운용담당자의 운용손실에 대한 부담, 퇴직부채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 등으로 지나치게 원리금 보장 상품위주의 안전 제일주의로 운용되는 것이 지목됐다.
실제로 DB제도 사업자 선정 시 운용능력(2.7%)보다 회사와의 기존 금융거래 관계(30.6%) 등 외적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DB제도 사업자 선정, 교제 사유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운용 전문성도 낮았다. 투자위원회를 둔 회사는 12.2%며, 전문가가 포함된 투자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주로 임원(52.9%), 운용부서(25.9%), 최고경영자(12.9%) 등이 운용의사를 결정해 손실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적립금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위험분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운용 상품이 1개인 회사가 54.9%로, 평균 1.89개의 상품을 운용함으로써 다양한 자산에 배분하기보다는 특정상품에 쏠려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97.7%에 달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여전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앞으로 퇴직부채증가가 예상됨에도 지금의 운용방법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더 강했다. 안정적인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79.6%를 차지했고,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적배당상품 확대 의향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전문가가 포함된 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자정책서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투자의사결정 절차를 개선하고 퇴직급여부채 증가의 위험성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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