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관계형 금융요?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주방에 숫가락이 몇개인지 까지 파악할 정도가 돼야죠"
저축은행 사태 후 '암흑기'를 걷던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꾸준히 '빛'을 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들 '흑자 경영' 저축은행의 공통점은 주로 ▲개인소유 ▲자산 5000억 이하 중소형 규모 ▲관계형 금융 기반 ▲포트폴리오를 통한 위험 분산 등이 꼽힌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에도 꾸준히 순이익을 낸 저축은행이 18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진주저축은행, 조흥저축은행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흑자경영에 성공한 중소형 저축은행의은 '관계 금융형'과 '리스크 관리형'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작지만 강한' 저축은행 대부분은 지역민과 밀착된 영업 스타일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이 입버릇 처럼 외는 '관계형 금융'이다.
관계형 금융의 뿌리는 독특한 대출심사기준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창구에서 개인의 신용등급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현장방문, 거주기간 등을 놓고 면밀히 판단한다. 심지어 차주의 지역내 평판까지 꼼꼼히 따져본다.
부산·경남지역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평가 기준을 따질 때 신용등급은 우수한지만 현장에 본 가계·기업의 상황, 주위에서 듣는 평판이 오히려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역밀착이라면 차주의 가족사항, 이웃과의 관계 등은 물론이고 주방에 숫가락이 몇개인지 까지 파악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모집인에 의한 영업보다 저축은행 지점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개인소유의 지배구조가 가진 장점도 통했다. 대형저축은행은 대형금융사, 사모펀드 등이 대주주로 있고 경영방침이 바뀌는 경우도 꽤 있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너 경영의 폐해도 있지만 설립된지 오래된 지역기반 저축은행은 내부승진으로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다 많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6년동안 자산 증가율이 3~5%정도 증감했다"며 "대형저축은행이 20% 증감한데 비하면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를 '주특기'로 흑자 경영을 하는 저축은행은 동산담보대출, 스탁론, 햇살론 등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몰빵' 경영은 지양한다. 기업당 대출한도가 100억원으로 규정돼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30억원까지 하향조정해 리스크 관리가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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