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과거에는 교육이 세대 간 상향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지만, 교육이 사회경제적 배경 영향을 강하게 받는 현대 사회에서는 세대 간 계층 대물림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자본주의: 바람직한 재분배정책의 모색' 토론회에서 '한국의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이라는 발표 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교육은 세대 간 상향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지만, 교육이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경우 세대 간 계층 대물림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 다음 세대의 상향이동 가능성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은 지난 10여 년간 비관 일변도로 급속히 변해왔다.
또 젊은 층일수록 성공을 위해 운이나 연줄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덜 동의하며 시장경제의 소득증대 능력에도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결정 연령대인 30대에서 세대 간 이동성에 대한 비관론은 가장 팽배했다.
사실 한국의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은 양호한 편이었다. 한국노동패널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평균 1976년생) 간의 (임금)소득탄력성은 0.225로 추정돼 한국은 영국, 미국, 남미보다는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구와 캐나다에 가까운 높은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을 가졌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는 해당 아들 세대가 중고등교육을 받았던 1990년대 초중반의 비교적 낮은 소득불평등도, 평준화된 중등교육, 과외금지 등 교육정책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고 교육의 투입과 결과 면에서 계층 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특히 사교육시장의 심화에 따라 학업성취도에 대한 가정배경의 영향력이 커지고, 특목고 등 학비가 비싸며 학생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생겨나면서 일반고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KDI 행복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수준 및 사회경제적 지위(주관적 평가 및 전망)에 관한 세대 간 이동성은 조부모와 부모 간보다 부모와 본인 간에서 한층 높아졌다가 본인과 자녀 간에는 다시 낮아지는 U자형 모습을 나타냈다.
김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일수록 U자형 비관론이 뚜렷하고, 본인과 자녀 세대에서 교육의 세대 간 이동 사다리 역할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당히 높았던 한국의 세대 간 이동성은 고도성장, 계층을 초월한 교육열, 평등주의적 교육정책 등을 반영한 것이었으나, 최근 경제성장 둔화, 분배 악화,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교육격차 심화는 이동성 약화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적극적 기회균형선발과 선제적 조기개입으로 재능의 사장과 사회적 배제집단의 양산을 방지하고 다양한 성공경로를 확산하기 위해 배가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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