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온고지신)④"디자인이 살길이다"
2014-09-26 08:00:00 2014-09-26 08:43:44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국내 도자기 기술은 이미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올드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수입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국내 도자기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300㎖ 물이 담기는 본차이나 재질의 국내산 도자기 컵의 무게는 221g. 반면 강화유리 재질의 외국산 제품의 무게는 365g. 무겁고, 잘 깨지고, 투박하다는 도자기에 대한 고정관념과 달리 국내 도자기업계는 '본차이나' 기술을 기반으로 가볍고, 단단한 재질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물에 뜨는 도자기도 고민 대상이다.
 
기술력에 비해 현실은 비참하다. 여전히 수입산에 밀리고 있다.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 고유한 획일적 디자인만 중시되면서 콜라보레이션, 일반적 무늬의 조합 등의 디자인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행남자기·한국도자기 '브랜드력' 키우는데 집중해야
 
행남자기(008800)와 한국도자기는 국내 도자기산업을 70여년 넘게 끌고 온 양대산맥이다. 판매용 그릇이 없던 시절 공장을 세워 제품을 만들었다. 한국의 생활자기사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70여년의 업력은 전통의 명가가 아닌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로 젊은 층에 새겨졌다. 혼수 그릇을 준비 중인 김모씨(32)는 "국내 도자기 식기는 '엄마가 쓰는 그릇'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미국 C사의 제품과 해외여행 중 구매한 이케아 식기 등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도자기업계는 올드한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명품 주방용품 업체 '휘슬러'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휘슬러는 1845년 설립돼 170여년의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선호도가 높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술력에 대한 믿음도 시장에서 확고하다. 이는 설립 이후 OEM 방식이 아닌 독일 내 철저한 생산관리를 통해 제품을 만들며, 매출의 6~8% 규모를 매년 연구개발에 재투자한 결과다. 특허도 200개 이상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해 '쿡웨어'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라지는 외국 제조사 '국내'엔 기회 요인
 
브랜드력은 제조 기반을 중심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70여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서다.
 
더욱이 유럽·일본 등 도자기 종주국들의 자체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국내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고급도자기의 본고장인 유럽·일본 등에서 자체 생산을 줄이고, 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방글라데시 등에서 OEM을 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OEM보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의 OEM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도자기 종주국들의 생산기반이 약해지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더불어 중국의 경우 외국산 OEM 제품이 사라지면 내국민을 대상으로 저가 제품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이미지로 시장을 활보할 수 있다.
 
◇"디자인 차별화에 중점 둬야"
 
브랜드력을 살리고, 제조사로서 기회 요인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디자인이 강화돼야 한다. 
 
대한도자기타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창출해야 한다"며 "다품종 소량화를 통해 공예적 성격으로 소비자를 포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IY(Do It Yourself) 트렌드에 맞게 인테리어적 요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5년째 소규모 도자기 공장을 운영 중인 오수정씨는 "도자기 그릇은 '식기'라는 쓰임의 용도뿐만 아니라 색상·형태 디자인·무늬 등을 통해 집안 분위기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생활 속 디자인 제품으로 넓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흙과 돌에서 출발한 도자기. 인간에게 해가 없고, 위생적이고 그윽한 품위까지 가지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켜온 제조기술에 브랜드 제고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더해 품위를 키워나가야 할 시점이다.
 
◇행남자기의 본차이나 식기 세트. (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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