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이 치러진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는 우여곡절 끝에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누구나 예견한 결말이긴 하나 많은 국민들은 기뻐하면서 축하를 보냈다.
한국에서의 야구 인기는 이처럼 높다. 결승전이 열렸던 지난 28일 문학야구장은 아시안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티켓은 경기 전부터 매진됐다.
다만 조직위원회의 관리 부실 문제는 이날조차 여지없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청탁과 특혜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일찍부터 기다린 관객들..모든 좌석은 조기 매진
이날 문학야구장 개장시간은 오후 4시30분이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에 앉고자 이른시간부터 경기장 입구를 지키면서 개장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몇년전 SK와이번스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모처럼 재연됐다.
기자는 이날 이른 시각에 야구장에 들어갔다. 오후 12시30분 중국-일본 경기가 열렸기에 취재인력은 오전 10시30분부터 입장할 수 있었다. 야구장 관중석의 현황도 수시 파악이 가능했다.
아시안게임은 국내 프로야구 경기와는 보안 검색의 수준이 달랐다. 각종 장비를 통해 신체와 소지품을 철저하게 살폈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관중 상당수는 경기 시작 이후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관중들은 오래 기다린 후 힘겹게 자리를 향해야 했다.
◇조직위 미디어지원부장(파란색 원)이 취재인력용 AD카드가 없는 사람들(초록색 원)을 보도석 앞줄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도석은 미디어 종사자 중에서도 취재기자용 AD카드('E'라는 대문자가 크게 표기돼 있음)가 아닌 사진기자용 AD카드('EP'로 표시)나 영상기자용 AD카드('ENG'로 표시) 발급자들은 착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오후 열린 중국-일본 경기 당시 일부 사진기자와 영상기자가 보도석에 앉으려 하자 조직위 관계자가 이를 제지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조직위가 엄격하게 관리하던 보도석에 취재인력 이외 인사가 착석한 것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취재카드 없는 입장객, 조직위 인솔받아 취재석으로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조직위 부장급 관계자와 함께 보도석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취재기자용 AD카드가 없으면서도 보도석 가장 앞 줄 중앙과 오른쪽 사이의 공석에 앉았다.
이들의 인솔은 조직위의 미디어지원단 관계자가 맡았고, 이들이 좌석에 앉자 미디어지원부장이 직접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기자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 인천지역 K 지역신문 원로 기자가 "저 사람이 대체 누구요"라고 질의했다.
이때 미디어지원단 소속 관계자 한 명이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윗선에서 청탁이 있어서 들어왔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에 "그래도 보도석에 앉히면 되느냐"는 격한 항의가 돌아온 것은 물론이다.
얼마 안 있어 이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10여분 지나 보도석 뒷편 끝 구석 자리에 다시 모습을 비쳤다.
◇인천아시안게임 한국과 대만의 야구 결승전이 열린 28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 보도석을 상당수의 외부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평소와 다른 운영방식의 조직위..의문만 증폭
그동안 조직위는 수많은 매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안전 사고 방지'와 '과열 보도 방지'를 이유로 보도석에 들어갈 매체를 임의로 선정해 통보하는 형태의 '하이 디맨드 이벤트 티켓(High Demand Event Ticket·이하 HDET)' 제도를 운영했다. 조직위가 선정한 매체도 인원 제한을 엄격하게 받았다.
그렇지만 이날만큼은 조직위의 HDET 운영이 평소와 달랐다. 국내외 매체를 합쳐 175명이나 출입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 기자들은 물론 외국 매체 소속 기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 대만 기자가 "(HDET 제도가 운영된) 수영의 경우 입장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아는데 야구장은 정말 좌석이 많고 입장도 쉽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취재진은 야구장을 방문해 다시 한번 놀랐다. 60석 정도로 운영 중이던 기자실 외에 무려 230석 정도의 대규모 보도석을 마련한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자리씩 앉는다고 해도 115석이나 남는 상황이다. HDET 제도를 통해 출입 인원을 사전 제한한 상태에서도 좌석을 상당히 많이 잡은 것이다.
취재진의 의문은 이상한 형태로 해소됐다. 보도석을 취재기자 이외의 사람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귀빈 특례'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보도석에 몰렸다. 이들은 20여명에 달했다.
<뉴스토마토>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현장 질의는 물론 전화로도 취재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윗선에서 청탁이 있어서 들어왔다"는 답변 이외에는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우리 부서 관할이 아니니 다른 곳에 물어보라"는 말 뿐이었다. 전화를 통한 질의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이 치러진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일부 자원봉사자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진=이준혁 기자)
◇관중 통제도 낙제점
조직위의 관리 부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경기장을 좀더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차단선을 넘어서 보도석 구역으로 넘어오려는 인파를 제대로 통제하는 인력은 많지 않았다. 수많은 인파가 일시에 밖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인파에 밀려서 넘어지는 사람도 나왔다.
수많은 인파로 혼잡스러울 것이 명약관화한 야구 결승전이기에 이날 문학야구장 주변엔 경찰병력이 집중 배치됐다. 하지만 경기장 내부에서의 인원통제는 너무도 취약했다.
야구장 밖에는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많은 야구팬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손쉽게 입장권을 구해 테이블석에 앉아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특권층도 적지 않았다.
과연 인천아시안게임은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결승전이 치러진 28일 인천 문학야구장 보도석과 기자실은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각에도 취재진의 기자작성을 위해 불이 밝게 켜졌다. 아무 대가없이 초과근무를 자청했던 일부 담당자 덕분에 국내·외 취재진들은 야구 결승전 실황을 아시아 전역에 생생하게 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불성실한 담당자도 적지 않았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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