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알뜰폰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아직은 시장 전체에 관망세가 짙지만 사업자별로 유심 요금제 가입자가 늘거나 고객 해지율이 감소한 점 등은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이통사 대비 보조금 경쟁에서 자유로운 알뜰폰이 단통법 시행이라는 변곡점을 만나며 다시 한 번 비싼 가계통신비 부담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원래 2~3%대 비중을 차지했던 유심 요금제 가입자가 단통법 시행 이후 5배 가량 증가해 10%대까지 늘었다"며 "주로 아이폰에 쓰이는 나노 유심 판매도 증가했는데, 프리스비 등에서 아이폰 공기계를 구입하는 소비자들 중 알뜰폰 요금제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반값 LTE 요금제 등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변화"라며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 지원금을 공시하다보니 홈페이지 직접 가입자도 5배 정도 늘었고, 이는 고객 연령층이 다소 낮아졌다는 간접적 증거도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미지=헬로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통 3사는 모두 가입자 순감을 기록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알뜰폰은 총 6만7225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지난 8월과 9월에도 이통사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 순유출을 경험한 반면 알뜰폰은 순증세를 이어갔고, 9월 말 기준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현재 시장을 침체기라고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을 관망하는 대기수요가 많다고 본다"며 "아직 법 시행 초기인데다 1~2주 단위로 공시 지원금이 바뀌다보니 단말기 구매나 교체를 미루고 당분간 지켜보기로 한 고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 유심 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매월 수백명 내외 증가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지만 10월 이후 변화가 두드러지진 않았다"며 "단통법 이후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대기수요가 풀리기 전까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넥스텔레콤의 경우 가입자 증가보다는 '해지율 감소'를 변화로 꼽았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가입자 이동이 정체되면서 고객 해지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만기 가입자들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이후 통신사 이동 유인이 떨어지면서 불필요한 고객 이동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단통법 시행 이후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중고폰 등 보유 단말기로 알뜰폰에 가입하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이 늘었다"며 "다만 대부분 고객이 대기업이나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브랜드만 알고 있어서 페이스북이나 SNS 등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 사업자들의 경우 단통법 이후 시장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빠른 시장 변화에 즉각 대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단통법 대안으로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고 있는데 인가제가 폐지되면 알뜰폰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며 "정책적 보완이 뒤따르겠지만 인가제 폐지가 이통사의 경쟁적 요금 인하를 부추길 경우 알뜰폰의 저가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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