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뒷돈을 주고받는 의료계의 고질인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국내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이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은 2010년부터 2년간 50억원 상당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화약품을 적발했다.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사와 받는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등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책이 시행돼도 이면에선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뒷돈을 받는 불법적인 뒷거래가 여전한 것이다. 제약업계 리베이트,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
◇처방권 독점 특수성..복제약 경쟁 치열 탓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질적인 병폐의 배경으로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을 꼽는다.
의약품의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의사에게 있다. 의약품의 소비자는 환자지만, 어떤 약을 사용하느냐는 의사 권한이라는 의미다.
약을 팔아야 하는 제약사에게 가장 큰 고객은 의사인 셈이다. 때문에 제약사는 의약품의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게 마케팅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처방권은 제품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리베이트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복제약(제네릭)과 내수 위주로 편중된 제약업계 환경 탓도 크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만료되면 수십개의 동일 성분 복제약이 쏟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된다. 약효나 품질의 차별점이 없다 보니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통해 의약품 채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제약사들이 똑같은 복제약을 두고 경쟁을 해 리베이트가 만연하게 된다"라며 "반대로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일부 의사도 문제다"고 말했다.
가장 횡횡하는 수법이 현금 지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100:100', '100:200', '100:300'이라는 은어를 사용하는데, 의사가 처방하는 금액에 각각 1배, 2배, 3배를 보전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00:300을 기준으로 500만원 처방이 발생하면 1500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넨다.
통상 대형 오리지널 약물이 특허만료되면 복제약 간에 과당경쟁이 벌어진다. 의약품은 초반 선점이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 반짝 매출을 올린 복제약은 큰 변동 없이 시장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점하게 마련이다.
바로 현금 리베이트가 초반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제약사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리베이트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낮은 의료수가..리베이트로 벌충 유혹
낮은 의료수가도 리베이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료수가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료 행위에 대한 보수로 주는 돈이다.
의료수가가 낮은 탓에 병원의 경영 악화로 리베이트 유혹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의료수가는 원가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리베이트를 통해 낮은 의료수가를 보충할 수 있는 부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실제, 정부는 낮은 의료수가에 따른 의사의 수익 부족분을 리베이트로 벌충하도록 용인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해 정상적 진료만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의사들 중 일부가 의약품 리베이트의 경제적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복제약 가격도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는 신약개발에 투자하라는 명분으로 복제약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제약사는 위험도가 높은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판매에 열을 올렸다. 높은 약가를 통해 보전받은 돈은 신약개발에 투자되지 않고 오히려 리베이트로 흐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2012년 4월 복제약 약가의 산정기준을 특허만료 신약의 53.55%로 적용해 약값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제 관행은 건강보험료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리베이트 근철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출처=한국제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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