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종류에 따른 알코올 농도 및 알코올 10g에 해당하는 술의 양(사진출처=국가건강정보포털)
[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2014년이 저물고 있다.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송년회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음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송년회에서 술을 마지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주나 금주가 어려운 이유로 ‘사회생활에 필요해서’가 1위로 꼽혔다. 사회생활에 필요해서 술을 줄이거나 끊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가 71.1%로 가장 높았으며, 50대가 60.5%로 뒤를 이었다.
◇젊은 층 지나친 음주, ‘급성 췌장염’ 대표 원인
젊은 층의 지나친 음주는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췌장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효소를 생성, 분비시키며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글루카곤 등의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든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복통,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누우면 복통이 더 심해져 배를 움켜지고 새우처럼 구부리고 있게 된다.
췌장이 붓는 정도의 염증이면 증상도 경미하고 저절로 좋아지게 되지만 염증이 심해 췌장 조직이 썩는 괴사가 되면 췌장 소화액에 의해 췌장 주변 조직이나 장기를 녹여 심한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염증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염증 매개 물질로 인해 심장, 폐, 신장 등의 기능저하가 동반되는 무서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복막염이 발생한 곳은 물주머니(가성낭종)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선영 이대목동병원 췌장·담도센터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술이나 담석 등 원인이 사라지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췌장 조직이 썩는 괴사로 진행되면 췌장에 가성 낭종 같은 후유증뿐만 아니라 중요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대 직장인, 계속된 음주로 ‘알코올성 간질환’ 위험
40~50대 직장인들도 연말연시 과음을 주의해야 한다. 50대가 되면 이전부터 마시던 술의 영향으로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 알코올성 간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50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전체의 32.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내에 지방이 정상 이상으로 쌓인 상태를 말한다. 절주나 금주를 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시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과도한 음주로 염증성 손상이 나타나며, 황달, 신장기능 저하 등 단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간염의 양상은 환자가 이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도에서 간부전이 진행돼 사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의 염증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섬유화되면 간 기능의 손상과 함께 출혈, 혼수, 간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되는데, 이를 알코올성 간경변증이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주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4~6주 내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알코올성 간염 또한 절주나 금주를 통해 큰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성 간경변증까지 진행되면 음주를 중단해도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일환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주와 금주가 가장 좋은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간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일 술을 마시지 말고 최소 일주일에 이틀은 금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또 “술만 마시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알코올 대사 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알코올 독성에 취약해 조심해야 한다”며 “B·C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자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 쉬워 음주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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