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이충희기자] 거침 없을 것 같던 고속 성장세가 올 들어 주춤했다. 국내외 경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안방은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직면했고, 해외에서는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의 부활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시름을 겪어야만 했다.
국내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자존심도 구겨졌다. 분기가 진행되면서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뻥튀기 연비'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어렵게 쌓아올린 시장의 신뢰마저 추락했다. 결정타는 '쩐의 전쟁'으로 불린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이었다.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베팅하면서 한동안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역시 국내외 자동차 시장 규모에 급격한 변동이 없는 한,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다 할 수요를 견인할 동력도 부재한 상황. 시장 환경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업계는 내년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사진=뉴스토마토)
◇글로벌 '빅5' 변동 無..중국·인도가 희망
올 한 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8383만대로 추정된다. 소폭 성장했다고는 하나 흐름은 분명 좋지 않다. 연간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4.5%에 비해 하락했으며, 지난 2010년 13.5%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빅5는 견고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 GM 등 빅3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00만대 판매 체제에 접어들었고, 르노-닛산, 현대·기아차가 각각 800만대 이상을 판매해 빅5 체제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현대·기아차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8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세계 1위 중국시장의 성장세는 지난해(16.5%)에 비해 다소 약화됐으나, 올해 예상 판매대수가 지난해 대비 10.1% 증가한 1913만대로 추정, 처음으로 19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미국도 전년 대비 5.8% 증가한 165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유럽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지속된 판매 하락세가 반전된 첫 해로 기록됐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0% 증가한 1458만대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신흥시장 중에서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부진한 반면, 인도는 1년 만에 다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7.8% 감소한 330만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유가 하락, 루블화 약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전년 대비 10.7% 판매량이 대폭 하락한 248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도는 연초 부진을 털고 친기업 성향인 모디 정부가 출범한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253만대로 예상된다.
◇올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 예상치 및 내년 전망치.(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선진시장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신흥시장에 기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내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3.9% 상승한 총 871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내년에는 중국과 인도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중국과 인도 시장은 올해보다 각각 8.6%, 7.8% 성장한 2078만대, 272만대가 예상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물론 이들 국가를 둘러싼 글로벌 제조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미국은 내년 2.0% 증가한 1683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5.8% 성장세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6% 성장하며 제 역할을 다한 유럽도 경기 회복 지연으로 내년 3.5%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기아차, 힘겨운 안방 사수..수입차 강세, 내년에도 지속
국내 시장에서의 수입차 강세는 계속됐다. 가히 폭풍적이다. 올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은 5년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독일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대중화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수입차는 지난달까지 17만9239대가 판매되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훌쩍 넘겼다. 올해 연간 예상 판매대수는 19만5000대로, 시장 점유율은 15%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 2012년에는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003620)의 점유율을 이미 추월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내년 국내에서의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 예상 판매량 대비 10% 증가한 21만5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역시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반해 국내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안방사수는 눈물겨웠다. 내수시장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점유율 70% 선이 붕괴됐다. 현대·기아차의 독과점이 붕괴되면서 시장은 요동쳤고, 이는 여타 완성차 업체들에게 활로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연간 판매량 800만대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내수에서의 부진은 이어졌다. 당초 계획했던 올해 내수 판매 목표 달성 역시 불투명하다.
현대차(005380)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4.3% 소폭 증가한 61만5886대를,
기아차(000270)는 전년 수준인 41만718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내수 점유율 하락은 올 초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LF) 쏘나타의 예상 밖 판매 부진과 연이은 노조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 국내외에서 불거진 연비·품질 논란 등의 악재가 겹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스파크(경형)와 아반떼(준중형), K5(중형), 투싼·스포티지·티볼리(소형 SUV) 등 다양한 국산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수입차의 급격한 상승세를 막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2.0% 증가한 167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앞세워 선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수입차 업체들도 내년 국내에 신차를 대거 출시하며 시장 잠식을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업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연간판매 추이 및 전망.(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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