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원화 약세는 더 이상 한국 경제에 호재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에 실제 원화 약세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령화와 가계부채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내수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 약세, 수출 ·인플레이션 영향 '미미'
지난해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3%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와 미국 경기회복에 힘입어 한국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 같은 기대에 힘입어 지난해 외국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같은 기간 2% 하락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경기회복이나 원화 약세는 더 이상 한국 경제나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실제 지난해 4분기 수출은 1.2% 증가해 2013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 뿐 아니라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통상 원화가 약세로 진행되면 수입단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물가는 더 떨어졌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유가가 30%넘게 하락한 영향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원화 약세의 파급효과가 이전에 비해 약화됐다는 것이다.
◇고령화 부담..원화 약세 지속되면 '침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출 둔화에 대해 "한국은 이 같은 현상을 일본 엔화 약세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대비 원화가 소폭 하락한 반면, 엔화는 12%나 절하됐기 때문이다. 신문은 원화 약세가 몇몇 수출업체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는 수출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대부분 해외로 이전한데다 수출 의존도 역시 서구보다 중국이 2배 가량 많기 때문에 달러대비 원화 환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해 중국 수요가 줄어든 게 수출 둔화에 영향을 줬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원화 약세와 금리인하에 따른 저금리를 지속할 경우 자칫 심각한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당국은 금리 인하를 통해 소비 진작을 유도하고 싶겠지만 은퇴를 앞둔 세대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일본과 같은 구조적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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