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최근 유전자재조합(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표시제도 개선을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5년 업무계획을 두고 시민단체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식약처의 업무계획을 보면 앞으로 GMO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면 함량 순위와 관계없이 GMO 식품인 것을 알리도록 표시제도가 개정됐다.
현행 GMO 표시제도는 GMO를 식품 원재료로 사용하였더라도 함량 5순위 내에 포함되지 않거나 제조·가공 후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 중 GMO 단백질이 잔존해 있을 때만 표시를 하게 하는 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수입 농산물에 GMO 농산물이 3% 이하로 포함됐을 때 이를 비의도적인 혼입으로 판단해 표시를 면제하는 조항 역시 다루지 않았다.
아이쿱(iCOOP)소비자활동연합회는 "원재료 5순위 내 GMO 사용 시에만 표시하는 기준과 함께 최종 제품 내 GMO DNA·단백질 확인될 시에만 표시하는 기준은 현행 표시제 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GMO 표시 대상 제품은 거의 없고, 이는 지난해 발표된 GMO 표시 현황 조사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총 187만톤의 식용 GMO 곡물(GMO 콩 85만톤, GMO 옥수수 102만톤)이 수입됐으며, 이는 일본에 이어 GMO 수입국 2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중 85만톤의 GMO 콩 99%는 콩기름으로, 102만톤의 GMO 옥수수 49%는 과당, 물엿, 올리고당으로 제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콩기름, 물엿, 당은 모두 가공 후 GMO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아 앞으로 개정될 표시제 기준으로는 100% GMO 재료로 만들었더라도 GMO 재료인 것이 표시되지 않는다.
앞서 그해 3월에는 국내에 수입된 유기농 카놀라유 중 1개 제품에서 GMO 성분이 발견돼 전량 회수 처리되기도 했다.
아이쿱 관계자는 "각종 FTA와 TPP 체결을 미끼로 미국을 비롯한 GMO 강대국은 표시제 축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 이러한 상황이 근본 대책 없이 계속된다면 불완전한 표시제 아래 국민이 모르고 먹는 GMO 섭취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퍼진 GMO 작물이 한국 농경지를 오염시켜 한국 농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렇게 오염된 농산물로 비의도적 GMO 혼입치가 높아져 터키 사례에서 이미 보듯이 EU 등 엄격한 관리 기준을 가진 국가로의 가공식품 수출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정안과 관련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GMO 단백질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원료로 GMO를 사용했으면 무조건 표시하도록 하고, 비의도적 혼입치 3%를 EU 수준인 0.9%로 낮추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러한 개선 내용을 촉구하기 위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GMO 완전표시제'를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 입법 청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번 업무계획은 GMO 표시제도에 대한 단순한 제도 정비에 불과하고, 진정한 개선의 의지를 담지 않았다"며 "무엇보다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제도 개선으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소비자 기본권 침해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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