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회사들이 올해 1.4분기 예상을 넘어서는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택시장의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부실여신과 대출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주가 상승과 함께 금융회사들의 실적 개선 등으로 금융불안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었으나, 이런 손실 확대로 인해 20일 뉴욕증시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불안 해소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oA는 올해 1분기 순익이 42억달러에 달했으며 우선주 배당후 순익은 28억1천만달러(주당 44센트)였다고 이날 발표했다.
순익 기준으로는 작년 동기의 10억2천만달러(주당 23센트)의 3배를 넘는 것이며,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주당 4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메릴린치 인수로 덩치가 커지면서 매출도 357억6천만달러로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실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BoA의 무수익자산은 257억달러에 달해 1년전 78억달러의 3배를 넘었다. 순 상각 규모는 작년 1분기 27억2천만달러에서 올 1분기에는 69억4천만달러로 급증했다.
작년 동기 8억6천700만달러의 이익을 냈던 신용카드 부문은 18억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소매금융의 이익은 5억달러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모기지 부문은 다소 개선의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출손실에 대한 충당금은 전분기 85억4천만달러에서 133억8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손실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호전된 것은 특수 요인의 영향이 컸다. BoA는 중국건설은행 지분 매각으로 19억달러의 세전 이익을 냈고, 메릴린치 인수로 인해 37억달러의 이익이 추가된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최근 재무회계기준위원회가 시가평가기준을 완화한 것도 실적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BoA의 실적개선이 메릴린치의 브로커리지 부문 개선과 모기지 차환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실적으로 인해 메릴린치 인수 후 실적 부진 등으로 그동안 퇴진 압력을 받아왔던 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이스는 그동안 실적 부진에다 메릴린치의 거액 보너스 파문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으면서 주주들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아왔다.
또 BoA의 발표된 순익규모는 늘었지만 내부의 손실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자 앞서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의 호전된 실적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금융위기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주가의 상승세와 함께 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신용카드 등의 부문에서 부실여신이 계속 늘어나면서 금융부문이 다시 위기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예상을 넘는 이익을 낸 씨티그룹도 손실 위험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씨티그룹이 상당한 규모의 잠재적 손실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BoA가 이익을 냈지만 여신 건전성은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전통적 은행들의 회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계속 기다려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2시2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주말보다 무려 250.97포인트(3.09%)나 급락한 7,880.36을 기록, 7,900선이 무너졌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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