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23일 "지금 상태에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떨어지고 있다"며 "굳이 많다면 한은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많지만, 그것이 전체 유동성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과 관련, "지금 기업 부문에 대한 저축자들의 신뢰가 없고, 기업들은 수출 전망이 좋고 투자하려는 부분에 대한 자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고 유동성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조금씩 스며들어갈 기미는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에 제한된 조사권을 주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과 관련 "원래 상황을 판단하려면 자료확보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 때 한은이 볼 수 있는 것은 총괄적인 대출 증가율"이라며 "(한은은) 왜 은행들이 맹렬히 대출을 늘렸는지, 실제 이 사람이 집을 사는 사람인지 등을 알고 싶은데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계획하려면 두어 달이 금방 지나간다"며 법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정책을 입안할 때 필요한 정보는 바로 지금의 정보이지 3개월 전의 정보가 아니다"라며 "한은의 조사는 통화신용 정책을 위한 것으로 조사권을 갖더라도 제재권이 없는 만큼 감독기관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과거 10년간 상당히 불편했다"면서 현실적으로 금감원과의 공동검사에서 잦은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했는데 거부당한 적이 있고, 외환 거래 공동검사에서 한은 직원이 어떤 정보를 요구했는데 금감원 관계자가 한은에는 정보 제공을 못 하도록 했다는 보고도 들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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