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진세조선의 워크아웃이 결국 무산됐다.
금융감독원이 선수금 환급보증(RG)보험을 두고 은행과 보험사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주요 금융 책임자들을 불러 막판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진세조선의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 22일 "진세조선 워크아웃 플랜에 대해 25% 이상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워크아웃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 채권단 이기주의에 조선사만 '홍역'
이날 국민은행은 84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수주선박의 공동관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정상화방안을 상정해 채권단 표결에 부쳤으나 결국 부결됐다.
RG보험을 발행한 보험사들은 건조 중인 선박을 개별 관리할 것을 주장한 반면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채권은행은 선박 공동관리를 통해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맞섰다.
메리츠화재는 22일 "RG보험을 내준 배를 각 보험사가 책임 하에 건조하는 개별 건조방식을 국민은행에 제안했다"며 "삼정KPMG가 제안한 실사보고서에서 제시된 필요 긴급자금 840억원 중 보험사가 778억원, 국민은행이 62억원씩 나눠 지원하자고 했으나 국민은행이 이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국민은행은 "보험사들이 회사별로 계약된 배만 건조하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발을 빼겠다는 뜻"이라며 "최초 실사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보험사들이 자사에 유리한 개별건조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 RG분쟁..중소 조선사 줄도산 위기
이렇게 선수금환급보증(RG) 보험을 둘러싼 은행과 보험사의 갈등으로 중·소 조선사이 줄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간의 갈등으로 회생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녹봉조선은 지난달 채권단 내 갈등으로 워크아웃 연장이 무산된 바 있다.
또 자금사정이 긴박했던 C&중공업의 경우 채권단의 150억원 긴급 자금 지원이 거부되면서 C&그룹 계열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줄줄이 사라졌다.
신생 조선사 가운데 규모가 컸던 C&중공업을 둘러싼 채권금융기관간의 '홍역'은 중·소 조선사들의 연속 도산을 예감하기에 충분하다.
◇ 벼랑끝 싸움..법적분쟁으로 번져
결국 RG보험 문제는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사가 최초로 법적 분쟁까지 치닫는 일로 번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세조선에 RG를 발급해준 신한은행은 이번주 중으로 해당 RG보험사인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증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진세조선이 선박건조 납기일을 못지켜 신한은행이 선수금을 돌려주는 대신 RG보험 가입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해왔지만 무산돼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측은 "진세조선이 지난 2월께 송가측에 중재신청을 내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신한은행이 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임의적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맞섰다.
이를 지켜본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우리나라의 효자산업인 조선산업에 신속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한 모습이 매우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진 결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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