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을 '보수 단일후보'라고 지칭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문용린(68) 전 서울시 교육감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심리로 12일 열린 문 전 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에서 문 전 교육감 측은 "'보수 단일후보'라는 표현은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문 전 교육감의 변호인은 "지난 2012년에도 이 사건과 유사한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선거를 치렀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고승덕 후보가 이를 지적하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면서 "당시 문 전 교육감은 별다른 인식 없이 '보수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후보의 지적을 받은 이후에 물리적으로 가능한 만큼 '보수 단일후보' 명칭이 기재된 팸플릿 등 선거 홍보물 등을 폐기했다"며 당시 문 전 교육감이 이를 허위사실로 인식한 채 고의로 선거를 치렀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또 "문 전 교육감은 당시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이 참여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수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한 것"이라며 '보수 단일후보' 명칭이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사용됐다는 점과 다른 후보를 앞서려고 '유일한 후보'란 표현을 쓴 적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아울러 "설령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문 전 교육감이 평생 모은 재산이 회수돼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교육감 측은 이날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올바른 교육감)'의 성격과 단일화 과정에서 문 전 교육감과 고 후보 등이 어떻게 참여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서정화 당시 올바른 교육감 운영위원장과 당시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최명복 교육감 후보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문 전 교육감이 사용한 '보수 단일후보'라는 평가를 일반인들이 봤을 때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단체 성격이 중요하지 않다"며 문 전 교육감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필요성을 부정했다.
또 1심이 검찰의 100만원 구형보다 높은 200만원을 선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 전 교육감이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심리 끝에 서 위원장과 최 교육감 후보자 등 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선 선 문 전 교육감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자청하고 "지금 검사는 반성을 안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전 정말로 반성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교수로 쭉 생활하다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서 본의 아니게 문제를 일으켜 앞으로 두 번 다시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면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전적으로 반성하고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문 전 교육감은 지난해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가 추대한 후보임에도 해당 단체를 명시하지 않고 선거사무실 외벽과 현수막, 선거공보, TV광고 등에서 '보수 단일후보'라고 표기해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후보로 나선 고승덕·이상면 후보와 문 전 교육감은 단일화 합의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문 전 교육감은 이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보수 단일 후보'라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이 선고기일인 지난 4월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