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외환시장은 원화가치가 5년만에 최저치를 보일 정도로 요동을 쳤다.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발 쇼크에 북한 리스크 등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한 이유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저성장 우려로 국제 금융·외환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북한 포격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고, 미국의 금리인상설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올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기대에 따른 글로벌달러 강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 약세)를 이어온 데다 최근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2개월 사이 100원 가까이 급등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4.0원 오른 1199.0원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남북간 긴장이 고조에 중국 증시 폭락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장중 1200원선을 넘어섰다가 1199.0원을 기록했다. 사진/뉴스1
서울외환시장에서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0원 오른 1198.0원에 출발해 개장 직후 1200원을 찍었다. 환율이 장중 12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1년 10월4일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마감 종가는 1199.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0원 오른 채 장을 마쳐 1200원선 턱 밑까지 바짝 올라섰다. 이는 올해 최고치로 지난 2010년 7월22일 1204.0원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이 1200원을 터치한 것은 중국의 경기불안과 위안화 절하에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져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 잠정치가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 중국의 경제 둔화가 표면위로 드러난 데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 넘게 급락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도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20일 북한군이 경기 연천 지역에 포탄을 발사하면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돼 북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 포격 도발 이후 남북은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을 통해 대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합의가 나오지 않고 있어 군사적 대치 상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격사건 다음날인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이나 급등해 1195원을 기록, 연고점을 넘어섰다.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24일에도 장중 1200원을 기록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라 원화 가치가가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남북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증시 폭락장세가 지속된다면 원화 약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눈치보기 변동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원·달러 환율 1200원이 돌파되면 1250원까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중국 경제불안에 북한리스크까지 곁들어지면서 코스피가 폭락하며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며 "이미 시장에서 한 차례 1200원 고점을 터치하며 지지선을 넘었기 때문에 향후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따라 1200원대가 뚫리면 1250원까지 염두해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중국 증시 폭락이 이어지며 아시아시장 전체가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외환당국에서 개입해 1200원선을 돌파하지는 않았다"며 "중국 증시 하락세가 계속 진정되지 않으면 당국개입도 막을 수 없어 이번 주를 고비로 1200원 보다 더 높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장병화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개최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시장 안정화 노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했다"고 밝혔다.
한편 1250원까지 환율이 오르는 등 원화약세 심화는 단기적으로 국내 수출기업 실적개선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시장이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국의 약세심화는 중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최근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중국 기업의 수출 채산성 개선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는 타격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엔화 약세에 더해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일 경우, 환율 측면에서 국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며 "최근 중국 증시 급락 등 중국 경제 불안에 따른 성장둔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 한국과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수출 기업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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