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정부의 임원 임명과 설립 허가 처분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성백현)는 2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 정모씨 등 5명이 "안전행정부(현 행자부) 장관이 재단의 법인설립을 허가하고 재단 이사장, 이사 및 감사를 임명한 것은 무효"라며 행정자치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13차 전체회의 중 소란이 생겨 투표 진행이 일시 중단되기는 했으나,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에 의해 사태가 진정된 후 순조롭게 투표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그 외에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거나 출석 준비위원회 과반수 찬성에 의한 의결이 없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행자부 측 손을 들어줬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추도공간을 조성하고 일제강제동원 피해 관련 조사·연구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3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재단 설립을 위한 정관을 만들기 위해 준비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고, 지난 2013년 10월 열린 제9차 전체회의에서 안전행정부(현 행자부) 측이 안행부 장관이 이사장, 이사 및 감사를 임명하는 임명제를 요구한다고 보고했다.
준비위원들은 내부적으로 재단 임원을 뽑은 후 정부의 승인을 받는 '승인제'와 정부가 임원을 임명하는 '임명제'를 놓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한 결과 승인제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열린 제13차 전체회의에서 준비위원장은 "아무리 우리가 승인제로 의결하고 이를 관철하려해도 재단 인가권을 가진 안행부에서 승인제는 절대 불가하다고 하니 오늘 최종 결정하자"며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임명제'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준비위원과 유족들 일부가 투표 진행에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후 안행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준비위원장에게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법인 명칭을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하는 벌인설립허가처분을 했고, '임명제'에 따라 이사 등을 임명했다.
이에 준비위원인 정씨 등 5명은 "안행부 장관은 재단법인의 설립자가 될 수 없고 감시·감독자에 불과한데, 이사를 선임하고 설립을 위한 정관을 작성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제13차 전체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도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던 와중에 안행부 직원들이 임명제 찬반에 대한 계표집계를 하고 준비위원장이 그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이 개표결과 발표는 믿을 수 없고 준비위원 과반수 찬성에 따른 의결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13차 전체회의 의결은 무효이고 이에 따라 재단법인의 임원 선임을 기존의 승인제에서 임명제로 변경하는 것으로 작성된 정관 또한 무효"라며 "이를 전제로한 재단의 법인설립 허가와 임명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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