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의 국부펀드들이 금융당국이 매각을 추진중인
우리은행(000030) 지분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전면에 나서 뛰고 있지만 주당 9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은행의 주가, 사실상 국책은행이라는 꼬리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협상 전담팀을 구성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 국부펀드 실무진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등 금융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중동 3개국을 방문해 정부 당국자 및 국부펀드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 지분 30% 이상을 통째로 파는 경영권 매각 방식 외에 지분 30~40%를 여러 곳에 나눠파는 과점 주주 매각방식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지분 인수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현재 우리은행 5차 민영화 과정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방향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해 남아 있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리은행의 이날 종가(8960원)는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원칙인 1만3500원에는 턱 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 부위원장까지 나서서 직접 민영화 그림을 만들어 보려고 하니 희망을 가지고 있긴 하다"면서도 "예전에도 중동 국부 펀드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가 주가가 너무 낮아 철회한 바 있다”며 고 말했다.
시중은행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국책은행이라는 꼬리표도 우리은행 매각에 걸림돌로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MOU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MOU에는 우리은행이 경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직원 임금을 동결하거나 임직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에 제약을 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위 산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자율성을 보장하도록 MOU 관리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보로부터 현행 MOU의 테두리 안에서 권고 수준으로 손보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받았다"고 말했다. 원천적인 재검토는 어렵다는 얘기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물론 이광구 행장으로서도 우리은행 시장 가치 등 매각 상황이 정비되지 않았은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각 일정이 나오기도 전에 인수 후보자가 공개된 것은 물론이고 현재 우리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자본에 접촉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는 적격 인수 후보자가 없다는 것과 같은데 이번에도 답을 받지 못하면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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