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채무 645조원대'·'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첫 40%선'·'균형재정 포기'.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을 일컫는 표현들이다.
얼마 전 정부는 38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이 중 복지 예산 규모는 123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다. 정부 예산안은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무릅쓰면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나라곳간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가는 씀씀이는 커져서 빚도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올해 국가채무는 595조원, 내년에는 올해보다 50조원 늘어난 645원대에 달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38.5%, 내년에는 40.1%다. 국가채무비율은 정부가 정한 한계선인 4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로 관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고, 복지 수요로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발언도 여러번 했다.
나라재정이 이처럼 급속히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대내외 변수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복지공약 이행과 경기부양 등을 위해 정부가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도 '증세는 없다'는 현 정권의 입장에 따라 재정운용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재정개혁 등 재원 대책들은 성과도 지지부진할 뿐더러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복지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입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증세 거부'만을 되뇌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증세는 불가피하다'라는 시각을 갖고 사회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부담 여력이 큰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세수 증대 방안을 고민하든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보편적 증세를 논의하든지 등 '증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재정 파탄 및 후손들에게 빚더미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박진아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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