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강화된 경제력 앞세워 G8 '압박'
G8 정상회담 주요 의제마다 팽팽히 맞서
2009-07-10 14:02:39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10일 현재 이탈리아 소도시 라킬라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8개국(G8) 확대정상회담에서 한층 강화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흥국들은 주요 사안에서 이들 선진국과 대립하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8 확대 정상회담에 참가한 신흥국들은 세계 경제 위기 회복을 위한 G8의 더 큰 역할을 요구했다.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며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해온 자신들과 달리 글로벌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G8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통신은 이 같은 요구 자체가 G8에서 신흥국으로 힘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실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G8 의장세션에서 "누구도 더 이상 G8이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앙헬 구리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국제 사회에서 신흥국들의 거세진 입김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빈곤과 기후, 무역 등 지구상의 모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거대 신흥국들의 협조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해 신흥국들이 더 이상 국제 사회의 변방이 아님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G8 확대정상회담 최대 화두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등을 놓고 신흥국들과 G8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G8은 선진국들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까지 줄이고 나머지 국가들도 배출량을 50%까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G8 회원국인 러시아가 경제 문제를 들어 이를 반대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 역시 50% 감축안의 '수용 불가'를 외치고 있다.중국과 인도는 선진국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신흥국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신흥국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기후 관련 협의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기후 변화 문제를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과 논의를 계속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신흥국들의 이같은 위상 강화는 한층 성장된 경제력 덕분이다. 지난 90년대 이후 고공비행을 해온 신흥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비교적 강한 내성을 보여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선진국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7일 "신흥국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세계 경제를 회생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IMF는 내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4.7%로 상향 조정했다.

 

IMF가 전망한 선진국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6%에 불과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중국은 세계 경제를 이끌 '긍정적인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향후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힘과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비상을 전망했다.

 

G8 확대정상회담에 참가한 신흥 5개국(G5)들은 성명을 통해 IMF와 유엔(UN)을 포함한 주요 국제기구에서의 참여권 확대를 요구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위상에 의문을 표하며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달러의 안정을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기축통화의 논의를 제안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금융 위기의 원인을 국제통화시스템의 다양성 부족으로 지목하며 새로운 기축통화의 도입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가세해 중국에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G8은 신흥국들의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 사회에서 달러의 위상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말해 신흥국들의 요구를 일축했다.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기축통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은 새로운 기축통화 논의를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공식화한다는 입장이어서 기축통화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을 보인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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