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가 사상 처음으로 2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채 발행이 재정 위기 완화에 일조하는 흐름이기 보다는 ECB의 경기 둔화로 추가 부양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2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총재.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재무부는 2년 만기 국채 17억5000만유로를 마이너스(-) 0.023% 금리에 발행했다. 이탈리아가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금리가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국채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의 마이너스 국채 발행이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류 밀리건 스탠더드라이프투자 책임자는 “이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 8%를 돌파했던 이탈리아 단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유럽중앙은행(ECB)이 향후 2년 동안 자산 매입을 단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의 유럽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국채 금리 하락의 원인은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와 ECB의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2일 ECB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연내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FT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투자자들은 부양책이 머지 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즉 ECB가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설 경우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 현재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앤드류 책임자는 "특정 국채에 대한 수요가 아닌 경기 둔화로 인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브랜콜리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애널리스트는 “ECB가 이르면 오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정책을 단행할 것”이라며 “이 경우 유로존 주요국 가운데 더 많은 국가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르코 애널리스트는 “현재 ECB 예금금리는 -0.2%, 독일의 2년 만기 국채금리가 -0.35%인 것을 보면 -0.023% 금리의 이탈리아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이해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CB의 조치에 따른 유로화와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 추이는 중국과 일본, 미국 등 타 국가의 통화정책에 따라서도 변동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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