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내년에 자체헤지 파생상품규모를 두 배 넘게 늘린다. 자체헤지 3년차를 맞아 이자율옵션을 통한 변동위험 헤지로 파생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임한규 현대증권 트레이딩본부장(사진)은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3000억원 정도인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자체헤지 파생상품규모를 내년도 최대 8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화데스크와 FICC(채권·외환·상품) 파생운용 데스크에서 운용 중인 자체헤지 상품에 이자율옵션 비즈니스를 추가해 시장의 이자율옵션 거래 활성화도 일으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IB)에 의존해 왔던 파생상품 헤지를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소화해왔다.
인력 확충 계획도 전했다. 임 본부장은 "검증되고 경쟁력 있는 인력 영입을 통해 헤지능력을 제고하려 한다"며 "추가로 퀀트(계량분석)와 트레이더, 스트레티지스트 등을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이 자체헤지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녹록지 않은 국내 사정과도 맞물린다. 낮은 절대금리와 축소된 변동성으로 인해 국내 시장의 기대수익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가 과거와 달리 상당 수준 증가 추세에 놓인 점도 파생상품 자체헤지에 눈을 돌린 배경이 됐다. 특히 외화 파생상품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자체헤지를 통해 발생하는 통화간 괴리율을 줄임으로써 회사와 고객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됐다고 임 본부장은 전했다.
임 본부장은 "원화로 발행하고 유럽이나 미국, 홍콩 등에서 헤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헤지 달러 DLS·ELS 발행을 늘리면 달러 헤지 부담도 줄어든다"며 "종전 전체 발행분 중에 20%, 2% 미만에 불과했던 달러 DLS·ELS 비중을 내년에는 각각 30%, 1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내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상하방이 모두 막힌 답답한 상황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임 본부장은 "해외시장이 안전자산 선호 쪽으로 방향을 틀거나 해외경기가 다시 좋아져 가파른 미국 금리인상이 진행된다면 수년간 주어졌던 연 100bp(1bp=0.01%p) 정도의 변동성이 절반(50bp)으로 줄어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내년 채권시장에서는 '셀 온 랠리, 바이 온 딥스(랠리하면 팔고 싸지면 산다)' 전략이 운용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이전처럼 채권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 기대치를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현대증권은 올해 매각이슈에 따른 혼란 속에서도 버짓(목표수익)을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원화채권의 변동성 축소로 방향성에 따른 수익기회가 제한된 상태여서 틈새시장이나 다양한 전략발굴 없이는 어렵다"며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리스크 통제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채권규모는 대략 12조원(RP·트레이딩북 각각 6조원) 정도.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이 최근 임원 워크숍에서 내년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만큼 트레이딩본부도 자기자본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수익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경영진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뒀고 이는 곧 리스크 캐피탈을 높인다는 얘기다. 실제 글로벌 IB들이 나가는 방향이기도 하다"며 "명실상부한 IB로의 위상정립, 업계 탑티어(top-tier)를 위해 팔아야 할 상품에 대한 트렌드를 읽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현대증권에 영입된 임한규 본부장은 채권시장 1세대로 꼽히는 성철현 현대증권 캐피탈마켓부문장(전무)과 앞서 우리투자증권에서 증권업계 최초로 FICC팀을 꾸린 인물이다. 다시 '완전체'가 된 이들이 현대증권을 채권시장의 '명가' 반열에 입성시킬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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