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초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에서는 전 세계인이 모이는 한바탕 큰 축제인 국제소비자전자제품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 라스베가스는 110주년을 넘긴 유서 깊은 도시이다. 1930년대 후버댐 건설로 시작된 카지노의 역사는 이후 80~90년대에 들어서 심각한 불황에 빠져 도시 명성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그 이후 라스베가스는 가족 레저타운과 컨벤션의 도시로 변신에 성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개최된 'CES 2016'은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IT/전자 제품의 대표적인 전시회로 올 해 50년째를 맞았다. 전 세계 153개국에서 3600여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는 총 17만6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국내에서도 123개 업체와 3700여명이 참가했으며, 외국인의 참가자 수는 캐나다의 4000여명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근소한 차이로 중국이 세 번째를 기록했다.
전시장은 총 223만 평방미터로 축구장 300개가 넘은 엄청난 면적으로, CES테크 이스트, 웨스트, 사우스 세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전체 전시장을 모두 관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관심 있는 분야의 부스를 찾아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전시회는 중국의 약진과 자동차의 참여 확대가 인상 깊었다. 전체 전시 부스의 1/3이 중국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진출이 두드러졌으며, 심천 지역의 수많은 기업들이 전시에 참가하였다. 그동안 저가제품과 복제제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중국제품들이 이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성장세가 놀라웠다.
자동차는 자율 주행을 위한 각종 센서와 액추에이터, IoT와의 연계를 위한 많은 전자부품이 장착돼 이제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닌 전자제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자동차 관련 전시관은 마치 자동차 쇼 전시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가상 체험 시뮬레이터에는 수십 명이 줄서서 대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시회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세계 전자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CEO들의 기조 강연이다. 전시회 둘째 날에 삼성SDS의 홍원표 사장이 강연자로 나서 '실생활에 녹아든 IoT'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IoT는 이미 미래기술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업계와 산업 간의 개방과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개방과 협력을 위한 파트너로서 코닝,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BMW, 아스콧 등 세계 유수 기업의 임원들이 찬조 강연자로 나서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홍사장은 IoT가 소비자의 실생활 뿐 아니라 의료, 제조, 물류, 유지보수 및 제조혁신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IoT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제공하며, 협력은 고객과 사회에 대한 의무이며 이런 협력의 결과로서 IoT가 우리 실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올 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사물인터넷,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드론, 로봇, 웨어러블, 스마트 자동차 등이었으며, 3D 프린터도 예년에 이어 여전히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3D 프린터에 대한 획기적인 신기술 제품의 출시는 다소 주춤한 상황으로 보였다. 장비의 성능 향상과 사용의 편의성 개선 등에 주안점을 둔 제품들이 선 보였으며, 저가의 개인용 소형 데스크탑 3D 프린터가 관심을 끌었다. 또한, 3D 프린터 자체보다 응용 제품에 초점을 맞춰 예를 들면 움직이는 로봇 장난감, 만화 영화 캐럭터, 인체 모형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전용 프린터들도 전시됐다. 3D 프린터와 3D 스캐너를 일체화시켜 바로 복제품을 프린팅할 수 있는 제품과 프린터, 스캐너, 조각기 등의 모듈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복합기 형태의 제품이 3D 프린터 분야 이노베이션 상을 수상하였다.
그간 전시회를 준비한 주관기관인 소비자전자제품협회(CEA: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는 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로 이름을 바꾸어 가전에서 이제는 기술 전반으로 외연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한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다양한 신기술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인 CES에 참가해 보면, 변화해 가는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영년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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