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들은 당 대표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과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여야 대표 간 협력은 물론, 필요하다면 대통령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합리적 타협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뜻으로, 이는 역으로 정쟁으로 얼룩진 19대 국회에 대한 자성이기도 했다.
취재팀이 19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소속 당 대표가 대통령, 다른 정당 대표와의 협력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한 154명의 의원들은 대통령과의 협력에 7.92점을, 타 당 대표와의 협력에 7.98점을 줬다.
평가는 0점부터 10점까지 스스로 점수를 주도록 했으며, 10점에 가까울수록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 또는 타 당 대표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중간값(5.0점)을 훌쩍 넘었다는 점에서, 의원들은 당 대표에게 갈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 중재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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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별로 보면, 여야 간 입장차는 존재했다. 새누리당 의원(108명)들은 대통령과의 협력에 8.06점, 다른 당 대표와의 협력에 7.76점을 준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46명)들은 대통령과의 협력에 7.78점, 다른 당 대표와의 협력에 8.20점을 매겼다.
통계적으로 둘 사이의 편차가 크지 않고 당 대표에 주문하는 역할론이 엇비슷해 보이지만 여당은 상대적으로 대통령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은 여당 대표와의 협력에 무게를 뒀다. 여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당으로, 당청 간의 협력을 통한 정부 뒷받침에 대한 역할 인식이 컸다. 당청 간의 갈등이 비화될수록 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 차질은 물론 줄서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내면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이 제1당인 상황에서 최근 분당 등으로 야권 분열마저 가속화된 야당 의원들로서는 당 대표가 여당 또는 다른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국회를 잘 운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가 강해 타 당 대표를 보다 쉬운 협력 대상자로 꼽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여당 의원들은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당청 간의 소통과 협력을 요구했다면,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보다는 여야 간의 협상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이번 설문결과에 기초한 분석을 중심으로 한 학술연구를 내년 4월 미국중서부정치학회 연례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정기총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왼쪽부터)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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