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시장 진출 필수 조건…"중국을 넘어라"
낮은 가격 발판 삼아 이란 내수시장 빠르게 잠식
일본 마이너스 금리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해야
2016-03-29 16:05:56 2016-03-29 16:06:1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이 이란 진출을 앞두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강력한 경쟁상대라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풍부한 자금력과 거대한 소비 시장을 앞세워 이란 정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중국을 넘어야 비로소 이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내 건설사들의 취약점인 파이낸싱 문제와 함께 이란 진출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월23일 이란 제재 해제 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해 이란과 '전면적 전략동반자관계'를 선언했다. 향후 산업, 문화, 법률 등의 분야에서 25년간 17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교역규모를 10년 안에 현재의 11배인 6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상품 교역뿐 아니라 원유·가스, 자동차, 원자력, 광업, 철도 등 이란 재건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과 이란의 2014년 교역액은 약 520억달러 규모로, 중국은 이란의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 중 한 곳이다. 특히, 이란은 수년간의 경제재제로 내수시장에서 저가제품 수요가 높아 중국산 철강, 가전, 자동차 등의 이란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건설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미 중국 건설사들은 이란 내 테헤란~마슈하드 간 926km 고속철 프로젝트 공사를 수주해 착공에 들어갔으며, 이란에 신규 건설될 5개 원자력 발전소 중 3개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인프라 분야 대신 수익성이 높은 플랜트 분야에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국 건설사와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란이 석유·가스 플랜트 분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중국과의 경쟁은 갈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6차 5개년 개발계획(2016~2021)에 따르면, 이란의 개발 우선순위산업은 석유 및 가스, 발전, 수자원, 자동차, 관광 등의 순이다.
 
최근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도 "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업스트림(유전 탐사·생산) 부문에 1300억달러, 다운스트림(정유·석유화학)에 7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도 대규모 생산 설비가 필요한 자동차, 철강, 화학 등 탈에너지 산업을 육성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유럽의 건설사들도 가세해 경쟁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유럽 국가들은 경제제재 이전 이란 플랜트 시장의 절반이상을 점유한 바 있다.
 
일본도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이란 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란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이란의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100억달러까지 신용융자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금융지원도 제공키로 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지난달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정책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수출입은행은 한국 기업의 이란시장 선점을 위해 70억유로 규모의 '맞춤형 금융패키지'를 마련했고, 올 상반기 내 수출입은행과 이란 상업은행간 50억유로 규모의 대출약정도 체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지원과 함께 건설사의 자체 파이낸싱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 자금활용은 이미 수년 전 대우건설이 오만 화력발전소 공사 때 일본은행과 PF를 일으켜 공사를 수주한 사례가 있다"며 "일본 종합상사들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통해 일본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풍부한 자본력과 거대한 소비시장을 앞세워 이란 진출 공세를 강화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 현장. 사진/로이터통신.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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