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쉽지 않다. 당장 나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본 경험이 있냐?”고 물으면 “나 자신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대답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조금 특별한 20대 들을 만나고 왔다. 나와 또래인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인액터스(Enactus)란 전 세계 36여 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이다. 한국에서는 인액터스 코리아를 중심으로 전국 31개의 대학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생, 지도교수, 기업인이 하나가 되어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삶의 질과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기획·실행 한다.
인액터스 코리아는 인액터스에 속한 대학들이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해주는 업무를 맡는다. 본 인터뷰는 실제 청춘들이 활동 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아주대학교 인액터스(이하 인액터스아주)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인액터스아주의 신지윤(회장, 아주대 사회학과), 오건주(프로젝트 매니저, 아주대 e-비즈니스학과), 서한비(프로젝트 매니저, 아주대 경제학과) 이상 3명의 학우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진/바람아시아
인액터스 아주 멤버들의 모습. 사진/바람아시아
Q. 인액터스 아주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A. 신지윤(이하 신): 안녕하세요. 인액터스아주는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학생 중심 단체에요. 프로젝트를 통해 그분들에게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그것을 적용해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죠. 저희는 2014년에 창립 됐어요. 이제 막 시작한다고 볼 수 있죠.
Q. 인액터스 홈페이지에 보니까 “활동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비즈니스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라고 돼있던데, 사실 비즈니스는 ‘이윤추구’의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인액터스 활동이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신: 제가 생각하기에는 기존의 비즈니스랑 반대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비즈니스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의미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저희들도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이윤추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대상자의 삶에 더 집중해요. 돈 한 푼을 더 버는 것 보다 본래의 목적인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말씀중에 프로젝트를 기획한다고 하셨는데요, 인액터스는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를 기획 및 실행한다고 들었거든요. 프로젝트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우선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A. 신: 인액터스 코리아 내에도 많은 팀들이 있는데 팀들마다 성격이 다르고 기획과정도 달라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대상자의 상태를 가장 중요시해요.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 자기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 의지는 얼마나 있는지, 직업을 가지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진짜 하고 싶은 게 있는지를 중요시 하는 거죠.
Q. 왜 다른 조건들보다 대상자에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A. 신: 인액터스 프로젝트는 대상자가 있고 그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상자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프로젝트가 실패를 했던 이유 중에 대상자와 관련된 부분들이 많았어요. 조사했던 것과 대상자의 실제 상황이 달랐다거나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였죠. 그래서 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Q. 실제로 활동 하신 것을 찾아보니까 온 동네 헹구ming이라는 프로젝트(세탁봉사를 하시는 분과 기업을 연결시켜 기업으로부터 나온 운영비로 세탁봉사가 지속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가 있더라고요. 이런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기획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보통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신: 저희는 일단 뉴스나 신문, 다큐멘터리에서 사회문제를 접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온 동네 헹구ming도 신문을 통해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세탁봉사를 하시는 분이 있다는 정보를 보고 그냥 무작정 찾아갔다고 해요(웃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찾아간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갔는데, 많이 찾아가다 보니까 그런 프로젝트가 탄생한 거죠.
온동네 헹구ming 세탁소 사장님과 함께. 사진/바람아시아
Q. 온동네 헹구ming말고도 진행했던 다른 프로젝트나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신: 저희가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가 총 8가지가 있어요. 이것들 중에는 대상자에 문제가 있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무산된 것도 많아요. 그 중에 하나가 “디스파파”라는 프로젝트에요. 뉴스에서 셀카봉이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관광지에서 사진 찍어 주시는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보고 그분들을 찾아 두 달 동안 남산으로 갔어요. 그분들이 스냅샷 교육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냅 샷은 꼭 제 3자가 찍어줘야 하고 기존의 가격도 고가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실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냥 본인들은 취미삼아 나오시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전 자료조사도 중요하지만 자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해준 경험이었죠.
오건주(이하 오): 지금 기획중인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하얀 지팡이”와 새터민을 대상으로 하는 “어깨동무”가 있어요. 두 프로젝트 다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건 아니고요. 대상자에 대해 먼저 아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그분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그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중이에요. 많이 찾아뵙고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더라고요.
Q. 인액터스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려면 재정적인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자금조달에서의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있나요?
A. 신: 저희학교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자금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별로 없어요. 저희는 아주대학교 링크(LINC) 사업단에서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고 아직 큰 프로젝트를 벌인 경험이 없어서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어요. 다만 저희가 ‘히스토리’라고 6.25 참전용사 분들을 대상으로 기획하던 웹툰 제작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당시에 좋은 대상자 분들을 만났는데 웹툰을 그리는 게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명한 작가 분들과 네이버 웹툰 팀에도 연락을 해봤는데 다 거절을 당했어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프로젝트를 종료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 때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살짝 맛보았던 것 같아요.
오: 제가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저희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도 대상자가 하기 싫다 하면 끝이거든요. 대상자랑 의견일치가 되면 좋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어려운 것 같아요.
서한비(이하 서): 저희가 학생이기 때문에 방학 때는 괜찮은데 학기 시작하면 이분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요. 이분들도 나름의 일정이 있으시고 저희는 또 학교 일정이 있으니까. 그리고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처음 대상자를 찾기까지 굉장히 여러 기관을 방문해요. 대상자 그룹을 정해서 우리가 이분들을 만나야겠다고 해도 직접 만나기까지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Q. 인액터스 특성상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활동들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오: 저는 수원시민 창안대회라는 공모전을 나갔었어요. 65개 팀 중에서 상위 다섯 개 팀 안에 들어서 실행지원금 받고 실행기간을 거쳐서 수원미래상을 수상했어요. 팀원들과 7개월 동안 공을 들여서 수상을 했다는 게 뿌듯했죠. 그리고 동아리 전체로 보면 아무래도 인원수가 많이 늘어났을 때가 뿌듯하죠(웃음)
신: 저는 대상자 분들을 만나러 가면 사실 그분들한테 어떻게 먼저 다가가야 할까 사소한 것들이 되게 어려워요. 근데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서: 저는 인터뷰 하러 갔을 때 기관에서 저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대상자 분들도 저희에게 본인들 속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청춘들이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신: 저는 사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인액터스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생긴 문제니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 요즘 ‘헬 조선’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근데 시각을 바꿔서 우리 같은 학생들이 사소한 부분부터 직접 바꿔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국가가 우리를 위해 해주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가 지역 사회를 위해서 가족을 위하듯이 관심 가지다 보면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가져 올 거라고 생각해요.
서: 사실 저도 원래 사회적 약자랑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인액터스 활동 하면서 좀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직접 해보니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저희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잖아요. 그것을 통해 다 같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그분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There is no greater joy nor greater reward than to make a fundamental difference in someone's life. (Sister Mary Rose McGeady)
-누군가의 인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나 보상은 없다. (매리 로즈 맥게디)
자신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기에도 바쁜 우리에게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허황된 말 일 수도 있다. 게다가 관심에서 그치지 말고 타인의 삶에 작은 변화라도 일으켜 보자는 것은 이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인액터스아주’의 활동을 보면서 거침없이 부딪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이들의 삶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가고, 부딪히고, 좌절하기도 한다. ‘인액터스아주’의 활동은 쉽지 않겠지만 그들이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인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나 보상은 없으니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