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최근 상품 가격 추이가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를 비롯해 금과 은, 비철금속까지 연초 대비 반등하며 글로벌 자산 시장의 자금을 견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우려와 중국 성장 둔화, 달러 약세 등으로 지난해 5월부터 저점을 타진하던 원자재 가격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유가·귀금속·비철금속 고른 반등
20일(현지시간) 주요 22개 상품가격 추이를 지수로 산출한 블룸버그 상품지수(BCOM INDEX)는 전날보다 1.8% 상승한 84.18포인트를 기록했다. 상품지수는 사흘째 랠리를 이어가며 최근 15일 동안 8% 이상 상승했고 지난해 1월 저점(72.33포인트) 대비 16.4%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를 비롯해 금과 은 등 귀금속, 곡물, 알루미늄과 아연, 구리 등 비철금속까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반등하면서 랠리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상품 자산들의 고른 반등의 중심에 유가 상승이 있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8% 상승한 42.63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사흘째 상승해 5개월래 고점을 타진했다.
미국 전체 일평균 원유 생산량이 6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이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또 이라크 석유장관이 내달 러시아에서 이라크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회동이 열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재차 호재로 반영됐다.
아울러 은 가격 랠리도 두드러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국제 은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1% 상승한 17.31달러까지 치솟았다. 2주 내내 상승했으며 올해 연초 대비 25.4%나 올라 11개월래 고점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금 가격 상승률(18.3%)을 상회한 것이다.
비철금속도 상승에 동참했다. 아연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로 고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가격도 6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 역시 이날 4.98달러를 기록해 지난 3월23일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상품가격이 반등하자 글로벌 투자자금이 관련 자산에 집중됐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초 170억달러의 자금을 상품 시장과 연관된 자산에 투자했으며 해당 자금은 이번주 기준 3150억달러까지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이래 최대치다.
씨티그룹은 “모든 상품 가격이 바닥을 형성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정상화 단계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원유생산 지역인 시베리아 유전의 파이프라인. 사진/로이터
펀더멘털 개선 신호로 상승세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상품가격 랠리를 이끈 배경에 대해 저가 매수세와 함께 펀더멘털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 상품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인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중국 수출이 예상외로 개선된 것이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수출이 예상치(2.5%)를 상회한 11.5%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저우하오 코메르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무역 지표는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1분기 국내총생산(GDP) 호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 성장과 직결되는 상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연초 우려했던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되면서 연초부터 진행된 달러 약세가 상품 가격 반등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가 상승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펀더멘털이 괄목할 만한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장기간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과 함께 펀더멘털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현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터 헬위그 BB&T 웰스 매니지먼트 선임 매니저는 “바닥을 다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중요한 것은 개선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것과 그것이 가격 랠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위그 매니저는 이어 “특히 최근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인 펀더멘털 변화에 따라 상품 시장의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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