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악화와 제품 공급과잉으로 정유사업부문에서 연이어 손실을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정유사들의 본업인 정유사업이 이제 애물단지가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4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1조813억원, 영업이익은 2조7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8%, 40%나 급감했다.
특히 정유사업부문만 보자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원유가 상승폭에 못 미치는 석유제품 가격으로 단순정제마진이 오래전부터 마이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벙커C유 가격과 제품 가격과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크래킹마진(벙커C유를 고도화설비를 통해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 때 남는 마진)도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제마진이 악화될대로 악화되는 바람에 정유부문 실적이 악화되면서 국내 정유4사는 지난 2분기 정유부문에서만 125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리터당 13원으로 지난해 연간기준 리터당 20원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 신·증설된 설비에서 본격적으로 제품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공급과잉 현상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정유업계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유업계는 본업인 정유사업은 향후 몇십년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요사업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정유사업부문이 이제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향후 미래 신성장 사업에 대한 실탄을 든든히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유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본업”이라고 밝혔다.
현재 불이 붙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광구 및 자원 개발 사업 등 미래 신성장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 단돈 1원이 남더라도 정유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 사업을 위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거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자원개발 사업의 큰손으로 등극한 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본업인 정유사업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것이 현실화되고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되려면 아직 수십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고 본다"며 "정유사들 매출의 대부분이 정유사업에서 나오고 있고 향후 경기가 회복돼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고도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익 확충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사업이 시장 경기 싸이클을 타긴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 까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금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정유사의 본격적인 주력사업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며 “경기가 살아날 때 고도화 설비 가동을 통한 크래킹 마진도 함께 살아나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이 업황이 안좋은 지금 오히려 고도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미래 성장 동력을 대비한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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