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창업기업 활성화 취지로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당초 우려와는 달리 순항하고 있다. 또한 시행 초기 중개업체 위주에서 점차 증권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판도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가세로 크라우드펀딩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수요에 비해 진입 업체가 많을 경우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25일 출범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2개 업체가 57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이주환 펀딩포유 이사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까지의 실적만 보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의 합성어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기업이 중개업자의 온라인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물론 최근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 및 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창업기업 활성화 방안으로 언급할 정도로 현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점차 안정되면서 중개업체 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시행 초기만 해도 와디즈, 인크,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신화웰스펀딩 등 5개사에서 이후 3월 오마이컴퍼니와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참여하면서 8개 업체로 증가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금융당국에 중개업체 등록신청을 마친 가운데 금융위는 이달 중 신규 중개업체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3개 증권사가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중개업체 수는 10개를 넘어서며, 증권사가 이 중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달 말 개최된 창조오디션 진행 모습. 와디즈, 인크, 오픈트레이드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사진/와디즈
다만, 증권사들의 진출 확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은 이제 막 불씨를 피우기 시작한 단계”라면서 “증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고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자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자칫 중개업체만 늘어나 과열경쟁이 초래될 수 있다”며 “증권사들이 기존 중개업체보다 압도적인 규모를 활용한다면 시장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크라우드펀딩의 1년 투자한도는 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펀딩의 성패는 결국 투자자와 창업기업에 대한 신뢰가 기반인데, 일부 증권사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에 대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진입한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기존 중개업체에 비해 보다 풍부한 업력을 바탕으로 축적된 역량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이 장점”이라며 “계열사에 캐피탈이 있는 경우에는 투자에 적합한 우량기업 선발에 있어 더욱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크라우드펀딩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펀딩 이후 후속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업계 내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펀딩포유 관계자는 “중개업체 간에 협력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각개전투의 양상이 보인다”며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개념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중개업체 간 협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와디즈 관계자도 “마린테크노와 같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미국 수출에 성공한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며 “모션블루의 경우 펀딩을 받은 후 IBK금융그룹에 후속투자를 받았는데 이와 같이 펀딩 이후 후속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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