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지원 제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기보다 상담 센터의 수를 늘리는 등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민들의 재무상담과 부채탕감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와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광주광역시 구민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만이 기존 서민금융지원센터를 통해 금융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담센터 이용경험이 있거나 그 존재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구민 중 10%만이 센터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나머지 90%는 상담센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에듀머니와 주빌리은행은 채무자의 회생 및 새 출발을 위한 정부의 제도가 여전히 미흡해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광주는 저소득층의 금융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대표적 지역이다.
김미선 에듀머니 본부장은 "상담센터를 늘리는 것 보다 상담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조사 결과, 서민금융센터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있다 해도 서비스 수준이 대환대출 안내를 받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정보력과 예산집행 능력에서 다른 단체를 능가하고 있지만, 그걸 이용해서 금융회사의 빚 상환 업무를 도울 뿐 서민들의 채무 부담을 덜어줄 의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5층 대회의실에서 비조치의견서 전문가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임종룡 금
융위원장이 얼굴을 만지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내실보다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외형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부천을 시작으로 대전과 광주, 대구, 부산에 센터를 세웠고 지난 3일에는 서울 양천에 여섯 번째 통합지원센터를 세우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양천구 목동 정동 빌딩에서 열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개소식에 직접 참석해 오는 9월까지 지원센터를 33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가계부채 완화 차원에서 각종 서민금융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치고, 여전히 채무자의 여건에 맞는 지원 제도 마련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2014년 개인 회생 신청건수는 11만707건을 기록해 2010년에 비해 2.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개인회생 신청 후 기각되거나 중도 폐지되는 경우는 48%에 달했고 중도에 변제를 못해 폐지된 후 다시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비율도 24%나 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서민금융 제도를 만든 정부 인사들은 서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채무자의 빚 상환 능력과 경제적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서민금융 제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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