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보령제약(003850)이 미국에서 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고혈압복합제로 임상시험을 추진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령제약은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임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고혈압신약 '카나브'와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를 결합한 복합제로 미국 FDA로부터 최근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개발해 2011년 국내 발매한 15호 토종신약이다. 지난해 3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는 지난해 66억달러(7조7090억원)가 팔린 초대형약물이다.
문제는 시간과 돈을 투입해 카나브 복합제의 임상을 마쳐도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FDA의 의약품 허가 코드는 NDA 505 B1(신약), NDA 505 B2(개량신약과 복합제), ANDA 505(복제약)으로 나뉜다.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의 구조나 용도를 변경한 의약품이다. 카나브 복합제는 복용편의성을 개선한 약물이므로 NDA 505 B2에 해당한다.
기존 약물을 이용한 개량신약이 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오리지널 신약이 허가가 있어야 한다. 카나브 단일제는 FDA에 허가를 받지 않았다. 크레스토는 2003년 FDA 허가를 받았다. FDA 의약품 허가목록에도 없는 제품을 이용해 복합제 임상을 신청한 셈이다. 카나브 단일제로 신약 허가(NDA 505 B1)를 받은 뒤에 복합제 임상 신청이 정상적인 수순이다. 카나브 단일제가 FDA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복합제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FDA는 약효와 안전성 시험인 임상에 대해 승인이 관대한 편"이라며 "환자들이 약을 사용해도 된다는 최종 허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상당히 기준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를 받지도 못할 복합제로 왜 FDA 임상을 하는지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제약업계에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다보니 보여주기식 이벤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령제약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자료확보 차원의 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일본 등에서 허가를 받으려면 FDA와는 무관하게 각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유럽과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돈 들여 굳이 미국에서 임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카나브는 고혈압치료제 중에서 '살탄' 계열에 속한다. 미국에는 코자(허가 1995년), 디오반(1996년), 아바프로(1997년), 미카르디스(1998년), 베니카(2002년) 등 살탄 계열 고혈압치료제가 이미 포화상태다. 미국에서 임상을 거쳐 허가를 받는 데 신약이 1조~2조원, 개량신약이 1000~2000억원 정도가 투여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령제약은 매출액 4000억원대 규모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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